가을이면 브람스를 떠올리곤 한다. 프랑수아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한 추억의 명화 ‘이수’( 원제 Good bye Again, 안녕 다시 한 번)에서 메인 음악으로 브람스의 교향곡 3번 중 3악장이 쓰이면서부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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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 마라아 줄리니 지휘 비엔나필. |
잉그리드 버그만, 이브 몽탕, 앤서니 퍼킨스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브람스 교향곡 3번의 3악장’은 브람스 특유의 우수에 찬 선율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프랑스 사람은 우리나라 음악 애호가들 만큼 브람스를 좋아하질 않는다고 한다. ‘브람스를 좋아 하세요?’란 일종의 반어법 아닐까?
초심자에게는 브람스 음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브람스 음악이 대체로 그러하듯 내면적 깊이와 엄숙함이 짙게 배어 있어 처음엔 좀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심오한 세계에 빠져들며, 한편으로 한없이 여린 서정적인 아름다움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브람스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교향곡 3번과 4번을 비롯해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클라리넷 5중주곡, 독일 레퀴엠 중 두 번째 곡 ‘모든 육체는 풀과 같으니’ 등을 꼽을 수 있다. 필자가 이번 달에 추천하는 브람스의 음악은 교향곡 4번과 현악 6중주 1번 2악장, 독일 레퀴엠 중 두 번째 곡 ‘모든 육체는 풀과 같으니’이다. 이중 현악 6중주 1번을 브람스가 작곡해 클라라에게 악보를 보여주자 클라라가 특히 2악장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브람스는 클라라의 생일에 이 곡 2악장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해 클라라에게 바치며 가슴에 품었던 고독한 사랑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했다.
브람스는 바흐가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중 샤콘느도 피아노곡으로 편곡해 클라라에게 헌정했다. 이곡은 오늘날 부조니 편곡과 함께 널리 알려져 있다.
‘브람스 교향곡 4번은 1악장 도입부는 가을의 전령사로 많이 알려졌다. 브람스 만년의 고독한 정서가 짙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전통적인 라틴어 가사를 쓰지 않고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서에서 가사를 따 왔기에 ’독일 레퀴엠‘이란 부제가 붙었다. 이 곡 중 ’모든 육체는 풀과 같으니’는 신약 베드로전서 1장 24절 가사를 인용해 인생의 무상함과 종교적인 사상을 진지하게 표현한다.
브람스의 음악엔 회색빛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내면에 숭고한 아름다움이 깊이 스며있다. 내 생각으로, 브람스 음악은 템포가 중요하기에 음반을 고를 때도 이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추천 음반으로는 교향곡 3번과 4번은 첼리 비다케 지휘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카를로 마라아 줄리니 지휘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다. 독일 레퀴엠은 오토 클렘페러 지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현악 6중주 1번 2악장 주제와 변주는 라두 루푸의 연주를 즐겨 듣는다.
필하모니 대표·음악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