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Just be it /최정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0-04 19:14:3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이키는 승리의 여신이다. Just do it! 해 봐. 그것을 해봐. 역동적이고 간명한 이 광고 카피는 대중을 강력하게 사로잡는다. 명령형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 일단 해보기로 하자. 승리의 여신은 무엇이든 하라고 한다.

하지 마. 위험해. 금지가 많은 세계에서 자란 나는 일단 해보라는 이 말이 좋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무엇인가를 하라고 격려하는 운동화의 세계가 좋다. 운동화는 외부를 부른다. 신선한 공기와 길과 사람 속으로 몸을 끌고 간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스파르타의 고전적 클리셰는 몸에 관한 한 여전히 유효하다.

늘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마음이 안으로 닫히는 날이 있다. 단지 해보라는 말이 압박이 되는 날이 있다. 움직이기도 싫고 무기력한 날이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싫고 먹기도 싫고 숨을 쉬기도 싫은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왜 무엇을 꼭 해야 하나.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럴 때 누가 안 해도 된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꼭 무엇을 하지 않아도 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야. 그냥 살아있어! Just be it!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그냥 존재하기만 해. 너는 이기고 있는 거야. 잘하고 있어. 말없이 어깨를 쓰다듬어주면 좋겠다. 밖을 잠시 닫아걸고 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시간은 휴식이기도 하고 재충전이기도 하지만, 휴식이나 재충전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냥, 견디는 거야. 괜찮아. 잘 하고 있는 거야.

Do(하다)와 Be(있다)는 수평적 개념인 동시에 수직적 개념이다. 수평적 개념일 때 Do와 Be는 대등하게 행동과 존재로 나뉠 것이다. 수직적 개념일 때 Be가 상위개념이다. 행위 Do는 존재 Be를 지향할 때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 살아있는 사람은 끊임없이 Do를 강요받는다. 회사와 학교와 가족은 그 구성원이 가만히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잠시라도 멍 때리는 꼴을 못 보는 Do는 동적이고 빠른 움직임을 미덕으로 친다. 결과를 보여줘. 계획과 결과물을 요구한다. 완료형 결과물로서의 단기적 성과와 연결된다. 속도와 경쟁 속에서 수행될 때가 많으며, 우열과 상하로 비교된다. 성과 위주의 근대산업사회를 거치고 초고속성장 사회에 이르는 동안 Do는 역동적 에너지가 되었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피로의 주범이 된다. 무슨 일을 하니? 무엇을 하고 싶니? 할 수 없는 일이 많은 지금 같은 마이너스성장 사회에서 Do를 포함한 친절한 질문은 타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무례와 폭력이 된다.

Be는 길고 크다. 존재 그 자체이며 Do를 포함한다. 도구가 아닌 목적이다. 정적이고 느린 움직임이다. 삶 그 자체이므로 장기적이다. 단기적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굳이 결과라면 삶이 결과이다. Do가 전투라면 Be는 전쟁이다. 궁극적인 승패는 단기적 결과로서의 Do가 아니라 장기적 과정으로서의 Be가 결정한다. 평생 살고 난 후에 비로소 잘 살았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결정될 뿐이다. 어떤 위대한 사람은 죽음으로 다시 살기도 하지만 드문 예외이다.

Be는 진행형이다. 삶이 진행되는 동안 패배는 없다. Be는 제각기 다른 차이가 있을 뿐. 그 사이에 우열도 없고 상하도 없다. 모든 존재는 다르고, 다르므로 같고 귀할 뿐이다. 살아있는 것이 승리이다. 승리의 여신은 이제 이렇게 말해 주어야 한다. Just be it! 존재하라. 살아라.

비대면 긴급국회간담회 방청객으로 들어갔다. 주제는 청년자살, 특히 가파르게 증가하는 20대 여성의 자살이었다.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지 못한 교육정책, 본받을 모델 어른이 없는 사회,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자기 자식에게 기득권을 물려주며 독점하려는 어른,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진 사회, IMF와 금융위기 피해자가 된 가난한 부모 세대의 대물림 절망, 총체적 난국이다. 역병에 가려진 음압의 거리에서 여성 청년들이 죽어간다.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기형도의 시 구절이나 중얼거리는 나는 얼마나 무책임한 어른인가. 자괴감에 가슴을 친다.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덕특별법 땐 공항계획에 담겠다"
  2. 2부산~양산~김해 국지도 60호선 양산구간 노선 사실상 확정
  3. 3부산 공공기관 올해 최소 679명 채용…첫 스타트는 BPA
  4. 4한진CY 개발안 3수 도전…기여금 3500억대 달할 듯
  5. 5인건비 착복에 수거 거부…쓰레기가 집 앞에 쌓여간다
  6. 6마린자이 시행사 “부정청약 취소 세대 원가 재분양할 것”
  7. 7 자격론에 반박한 박형준 “부산 확장성이 먼저다”
  8. 8독자 브랜드화 나선 박성훈, 맞장토론 하자는 전성하
  9. 9부산외대·동서대 해외취업 전국 1·2위
  10. 10오늘의 운세- 2021년 1월 19일(음력 12월 7일)
  1. 1독자 브랜드화 나선 박성훈, 맞장토론 하자는 전성하
  2. 2 자격론에 반박한 박형준 “부산 확장성이 먼저다”
  3. 3박인영의 부산사람론 “서울말 쓰는 시장 필요 없다”
  4. 4보좌진·정치인 아내·시의원…여당 후보들의 물밑 지원군
  5. 5박민식·유재중·이진복 단일화 만지작…야당 경선판 흔들까
  6. 6야당 여론조사서 지지정당 안 묻기로…“여당 지지층 역선택 방조” 당내 반발
  7. 7문재인 대통령 "사면, 지금은 말할 때 아니다"
  8. 8박인영 “역전극이 재미있지 않겠나” 18일 출마 선언
  9. 9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文정부의 검찰총장"
  10. 10이재명 18일 예정된 ‘재난지원금 회견’ 돌연 취소
  1. 1“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 7개→ 4개로”…단계적 통합으로 환적 경쟁력 키운다
  2. 2국립해양박물관 학술지 ‘해양유산’ 2호 발간
  3. 3한진CY 개발안 3수 도전…기여금 3500억대 달할 듯
  4. 4보조금 최대 300억…부산시 ‘기업 부산행’ 통 큰 베팅
  5. 5코로나블루 날리는 ‘홈 가드닝’ 용품 인기
  6. 6트렉스타 등산화 ‘익스트림 GTX’ 첫 한국제품인정기구 공인
  7. 7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 모집
  8. 8관공선 친환경선박 전환 국비지원 절실
  9. 9팬스타그룹·새나라관세법인, 통관업무 협력 협약
  10. 10 에어부산 설연휴 국내선 48편↑
  1. 1부산~양산~김해 국지도 60호선 양산구간 노선 사실상 확정
  2. 2거제시, 정부·도 공모 작년 70개 선정 성과
  3. 3김해 작년 농축산물 수출 코로나에도 ‘쑥’
  4. 4부산외대·동서대 해외취업 전국 1·2위
  5. 5준법감시위도 소용없었다…재계 “총수 부재 우려”
  6. 6 코로나發 재활용쓰레기, 근본 해결책 필요
  7. 7 수학도 인간관계도 깨달음이 성장과정이란다
  8. 8온라인 산청곶감축제 매출 300억 대박
  9. 9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19일
  10. 10 중생과 군생 : 커다란 차이
  1. 1민병헌 갑작스레 수술대로…롯데 외야진 재편 불가피
  2. 2아이파크 공격수 박정인 영입
  3. 3‘원톱’ 황의조 시즌 3호 골
  4. 4손흥민 EPL 100호 공격포인트…아시아 선수 최초
  5. 5재미교포 케빈 나, 소니오픈 극적우승
  6. 6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재선 성공
  7. 7롯데 김원중, 소아암 환아 돕기 기부
  8. 8아이파크, 수비수 김승우 임대로 영입
  9. 9‘붕대투혼’ 양홍석 10호 더블더블…토종 해결사 봤지
  10. 10최지만, 탬파베이와 연봉 협상 실패…조정 신청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수소경제가 답이다 /이수태
건강이 최고다 /이상주
기자수첩 [전체보기]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야구장 공약, 이번에는 ‘쫌’ /권용휘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시수’와 끈기
6 대 28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불로초 감귤
북어보푸라기
사설 [전체보기]
대통령 신년회견, 국민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길
서장 관사 절도사건 축소 의혹, 명확히 진상 밝혀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코로나 봉쇄령 속에 맞은 연말연시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