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정의란 무엇인가 /권재창

  • 권재창 변호사
  •  |   입력 : 2020-09-29 18:48:0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의란 무엇인가?’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제목이다. 영어로는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이다. 21세기에 이런 물음을 던지고 있으니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가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그 유명한 칸트도 정의를 논했다. 내일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정의를 위해서는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내일 종말이 오면 모두 죽는데 사형은 왜 집행해야 하는가? 그것이 정의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역시 칸트답다고 할 수 있겠다.

정의(正義)는 옮음이다. 샌델 교수의 책 제목을 빌리면 옳은 일(right thing)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적들을 정의로 데려오든지 정의를 적들에게 가져가든지, 정의는 실현될 것(Whether we bring our enemies to justice or bring justice to our enemies, justice will be done.)”이라고 했다. 미국은 그것이 옳다고 보아 정의라고 한 것이다. 결국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5월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 아래 진행된 CIA의 작전으로 파키스탄에서 미군에 사살됐다.

무엇이 옳은지는 판단의 영역이다. 다양한 갈등이 있는 다원주의 현대사회에서 무엇이 옳은지 항상 논쟁과 갈등이 존재한다. 그 논쟁과 갈등은 많은 경우 최종적으로 법원에 의해 법률적으로 해결된다. 정의가 종종 법의 목적 또는 법의 이념이라고 설명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미국 법무부는 Department of Justice이고, 심지어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은 Justice라고 부른다. 대법관이 바로 정의라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법률적 정의를 선언한 기념비적인 판결이 많이 선고됐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우리 사회도 점점 사회적 갈등이 법원으로 집중되는 추세다. 법원 판결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판결이 대표적이다. 국제신문도 지난 4일 자 8면에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사회 갈등의 법원 집중에 대한 대응책으로 법원은 법관 증원, 전자소송 도입 등 시스템을 개선하기도 했다. 그래도 사건은 넘쳐난다. 사건의 홍수 속에 법관과 법원 직원들의 야근은 일상화됐다. 그런데 법원 신뢰도는 끔찍할 만큼 낮다. 사회가 진영논리에 매몰돼 법원 판결이나 결정이 마음에 안 들면 온갖 비난을 퍼붓고, 가끔 수준 미달 판결이 선고되는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사회나 진영 논리가 있고, 법관 수준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법원에 대한 신뢰도를 좌우하지 않는다.

법원은 정의를 선언하는 기관이다. 그 정의는 증거와 법리를 기초로 성찰의 결과 도출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법원에 기대하는 것이다. 법리는 사리에 맞고 시대 정신에도 부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법리는 법원이 바꾸면 된다. 증거와 법리를 기초로 성찰해 사건별로 결론을 선언하면 된다. 그것이 법원이 국민 신뢰를 되찾는 비결이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법정은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하다.

증거 속에 없는 사실이 인정되기도 하고, 기본적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섣부른 예단으로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않기도 한다. 정확한 결론 도출보다는 사건을 ‘처리’하는 데 급급한 모습도 있다. 무엇보다 여론에 휘둘릴 위험성이 걱정이다. 최근 사법부 독립의 적은 여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여론에 영합한 판결은 독립된 법원의 존재이유에 반한다.

현대사회의 정의는 법적 정의일 수밖에 없다. 법원이 법적 정의를 선언할 때 신중하되 용기가 있었으면 한다. 해방 이후 우리 법원은 적어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는 그렇게 못 했다. 좌고우면했고 눈치를 많이 봤다. 눈치 보는 대상이 정권인가, 법원행정 당국인가, 여론인가만 달라졌을 뿐이다. 이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도 법원 판결을 피상적으로 보도만 할 게 아니라 정의라는 관점에서 의미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알려주면 좋겠다. 변호사·독자권익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4. 4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0. 10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3. 3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北도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지뢰 폭발 사건은 한국 자작극”
  8. 8[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9. 9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10. 10‘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5. 5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6. 6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7. 7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6. 6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7. 7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8. 8[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9. 9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0. 10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원칙이 흔들린 대가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AI가 찾은 보안 구멍
if, 손아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혼선 키운 정부, 명확히 답하라
공공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관리감독 강화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