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낼 때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을 쓴다. 도무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지만, 쉬지 않고 노력하면 열매를 맺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중국 태항산(太行山)이 그 배경이다. 허베이성과 산시성의 경계인 이곳만 방어하면 중원을 지킬 수 있기에 춘추전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역사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인물이 명멸한 이유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측천무후 시대 명재상 적인걸(630~700).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로 당나라 전성기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 측천무후가 ‘국로’(國老)라고 칭찬할 정도로 적인걸은 재상 역할에 충실했다. 그는 정치력과 함께 예리한 추리력으로 ‘신탐’(神探)이라는 별명도 가졌는데, 요즘말로 하면 ‘중국판 명탐정 셜록 홈즈’다.
그가 중앙 정계에 등장하기 전, 고향을 떠나 지방에서 이력을 쌓을 무렵 태항산에 올라 부모님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가 ‘망운지정’(望雲之情), 자식이 객지에서 부모를 그리는 정이다. 정세균 총리가 그제 ‘추석 고향 방문 자제’를 국민에게 호소하며 망운지정을 소환했다.
추석 연휴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미 고향에서 부모님들이 먼저 나섰다. 예전 같으면 ‘에미야, 어서 와라! 올해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 ‘아그들아, 언능 온나. 느그들 힘들쟈? 우리도 힘들다’ 같은 현수막이 부모님 마음을 대변했다면 올해는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 ‘아들, 며늘아~ 이번 추석 차례는 우리가 알아서 지내마. 내려올 생각말고 영상 통화로 만나자’ 등이 그 예다.
압권은 ‘불효자는 ‘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번엔 오지 말라’는 의미로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대중가요 제목을 패러디했다.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 언급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부산에선 부산진구청 청사에 내걸린 ‘추석에 온다고? 만다고 Oh No!’가 눈에 띈다.
왕래가 끊어진다고 정까지 단절될 순 없는 법. 올해 현수막의 속뜻은 ‘자라서는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하면 떠오르는 의문지망(倚門之望), 자식이 품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그러니 부모님과 영상 통화하고 추석 용돈은 온라인으로 송금하는 센스는 바로 코로나시대 명절 보내기의 기본 매너 아닐까. 이런 방법이 슬기롭게 코로나19를 이기는 최고의 인간 백신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우리가 해봅시다, 우공이산!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