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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뉴스를 깨고 진짜 세상으로 /김부경

  • 김부경 고신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   입력 : 2020-09-28 19:37:4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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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기사가 쏟아지며,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로 뉴스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경로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이 특히 중요하다. 이제 신문으로 뉴스를 보는 경우는 6%에 불과하며, 대부분 TV, 인터넷으로 접한다.

   
종이 뉴스 시대에는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활자로 제공하는 정보를 수요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뉴스를 찾아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뉴스가 공급자 우선에서 소비자 우선 시대로 변한 것이다.

이런 시대에 점점 문제가 되는 것은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이다. 뉴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원하는 뉴스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자기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뉴스만 골라서 보게 되고, 자기 생각과 다른 뉴스는 선택적으로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 환경에서는 뉴스 공급자 측에도 문제가 생긴다. 예전에는 정밀히 측정할 수 없었던 뉴스의 인기가 지금은 곧바로 조회 수로 확인되면서, 인기에 따라 뉴스 제공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달라지게 됐다.

따라서 뉴스 제공자는 뉴스의 정확성과 기사 속에 반영되는 높은 수준의 견해를 추구하기보다는, 조회 수를 높일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인기 없는 글보다 소비자의 확증 편향에 딱 맞춰주는 인기 있는 글을 택하는 편이 나은 것이다.

이런 변화는 뉴스의 본질적 속성인 ‘나쁜 소식’을 부각하는 쪽으로 강화된다. 사람들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관심을 가지며, 더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스로만 접한 세상은 나쁜 방향으로 왜곡되기 쉽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답고 잘사는 나라인 줄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뉴스로 접한 한국은 전쟁 후 가난한 모습에, 아직 분단된 상태에, 언제나 전쟁 위협에 시달리는 나라일 뿐이기 때문이다.

뉴스만 보면 의사들은 모두 인성 미달자에, 마치 환자를 죽이기 위해 일하는 것 같아 보인다. 선생님들은 돈만 밝히고, 학부모들은 경우가 없고, 직업윤리는 무너지고,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실생활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선량하며 일상은 평화롭다. 뉴스(News)는 세상에서 가장 별나고도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이다.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직은 ‘특별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뉴스 속 이야기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학은 발전하며, 의사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있고,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실력 못지않게 인품이 훌륭한 선생님이 참 많다.

뉴스라는 작은 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사람은 이런 사실을 믿지 않는다. 한스 로슬링은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를 통해 이러한 편향을 깨고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한 통계로 알려준다.

뉴스와 달리 이 세상은 절대빈곤을 벗어나고 있고, 태어난 아이들은 점점 더 많이 생존하며, 수많은 사고와 자연재해도 인류는 극복하고 있다. 세상은 우리 착각과 달리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부정적 편견과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뉴스의 세계를 깨고 나와 진짜 세상을 마주할 때이다. 우리 곁에는 선한 의지를 갖고 자기 자리에서 성실히 책임을 다하는 동료와 이웃이 있고, 그들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나아진다. 알랭 드 보통이 저서 ‘뉴스의 시대’에서 말한 것처럼 뉴스가 더는 우리에게 가르쳐 줄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때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김부경 고신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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