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 칼럼]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0-09-24 19:28:0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약 3년 전의 생각이었다. 과연 이 일이 가능할 것인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가? 또 다른 분쟁이 유발되진 않을까? 30%로 한정했다지만 난개발이 되진 않을까? 그럼에도 부산의 ‘무모한 도전’은 시작되었다. 시간이 흘러 2020년 7월이 되었고 ‘일몰제’는 시작됐다. 일몰제는 개인 땅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후 오래(20년) 보상하지 못한 장기미집행시설에 대해 그 결정이 자동으로 해제되도록 한 제도다. 국민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2000년 제정한 제도다.
그림 서상균
20년이 지난 올 7월 1일, 장기미집행시설로 전락한 공원, 녹지, 유원지 등(이하 ‘공원’)이 해제되는 첫 사례들이 발생했다. 도시계획시설들 중 재원 투입에서 가장 급할 것이 없는 대상이 공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백 년 전부터 그곳은 시민의 뒷동산이자 휴식처로 기능하며 깨끗한 공기와 땔감과 각종 먹거리를 제공해주었던 늘 한결같은 곳이었기에, 돈 쓸 곳이 매일 쏟아지는 개발시대의 사정상 공원부지 매입을 위한 재원 투입은 항상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0년 일몰제 시행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그 어떤 경각심도 갖지 못하고 해마다 도달해야 하는 당장의 성과에만 매달린 채 허망하게 20년을 보내버렸다. 제대로 대처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고, 눈에 보이는 당장의 효과를 자랑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해제가 임박해서야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먼저 나섰고, 부산시도 2017년부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3년이 남은 시점에서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부산시가 선택했던 도전 방식은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이었다. 시의 재정 형편상 일몰제 대상의 모든 공원부지 매입은 불가능하기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공원 내 일부 토지에 대해 개발을 허용하는 조건, 즉 민간기업의 기부채납 형식 참여를 통해 공원을 조성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원래부터 공원으로 알고 쓰던 곳에 갑자기 또 공원을 조성한다는 얘기에 시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남의 땅을 모두의 공원으로 여기고 살아왔다는 사실에 대한 상황 이해도 선뜻 되지 않았다.

사실 이 방식은 1847년 조성된 영국 리버풀의 비큰히드 공원에서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최초 공립공원으로 알려진 이곳은 공원 용지 60에이커(약 24만㎡)를 개인주택용지로 매각한 뒤, 그 수익금을 125에이커(약 50만㎡)의 용지 매입과 공원 건설비용에 충당했다. 이 방식은 공공 자금이 부족할 때 민간부문(금융·건설) 참여로 공공사업을 진행하는 요즘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개념과도 닮았다. 광안대교도 부산항대교도 그렇게 탄생했다.

울산에 대기업 참여를 통해 탄생한 공원이 있다. 2005년 완공한 울산대공원이다. 울산대공원은 석유화학산업을 기반으로 대기업이 된 SK그룹이 울산 환경오염의 원인제공자로서, 사회공헌을 위해 1050억 원을 들여 조성 후 기부채납했다. 당시 필자가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은 공원 이름에 ‘SK’라는 기업명이 들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파리의 시트로엥 공원처럼, 기업명이 공원 이름에 들어가 그 기업의 기부와 기증 행위를 후대가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추후 공원 조성에서 기업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겠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이처럼 민간자본을 유입해 공익 목적의 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거나 틀린 방식은 아니다. 그러나 부산의 최대 걸림돌은 공원용지의 30% 이내에 조성토록 한 공동주택의 건설이었다. 민간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지만, 공원마저도 빈익빈 부익부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 6월, 부산시의 발표에 따르면 5개 민간공원의 공원 면적비율이 89%였다. 전체 부지 중 11%는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고 89%는 공원으로 재조성해 부산시가 기부채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5000억 원의 공원 조성비를 절감한 것이라 한다. 계산법이 올바르다면 분명 놀라운 수치였다. 어떻게 이런 결과에 이르렀을까?

그 중심에 ‘라운드 테이블’이 있었다. 주민대표, 민간기업,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해 약 3년 동안 총 37회의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 결과는 시민과 함께하는 민관 협치의 성공 사례로 오랫동안 회자될 것으로 생각한다. 라운드 테이블은 공원율만 높인 게 아니었다. 이기대공원과 청사포공원의 사유지 매입 결정과 이기대공원 내 자연녹지지역을 보전녹지지역으로 전환하는 용도 변경의 계기도 만들어 냈다.

개발시대에, 또한 개발도시로 이름난(?) 부산에서 토지 보전을 위해 규제를 강화토록 하는 용도 변경은 절대 흔한 일이 아니다. 행정기획, 공원녹지, 도시계획 등 부서를 넘어서는 시 전체의 합심이 없었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결정을 계기로, 기후변화시대를 지혜롭게 대처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시민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 계속 등장하길 바라본다. 이참에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되고 장산이 구립자연공원이 되는 일들도 꼭 성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산시의 도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5개 공원을 민간공원으로 조성키로 했다지만, 존치하기로 한 공원들의 보전과 관리, 특히 부분 또는 전체를 해제키로 한 42개소에 이르는 공원의 난개발 방지를 위해 들여야 할 인력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민간공원특례사업을 통해 스스로 경험하였듯이 기존 돈과 조직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공원과 녹지는 생명과 직결된다. 공원과 녹지는 한 번 만들어지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에 투자 대비 효과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 양적 확대와 질적 강화를 위한 투자를 망설이지 말아 주길 바란다. 시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방법도 찾아주길 바란다. 이미 경험했지 않는가. 창의적인 기획과 진정어린 설득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0. 10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8. 8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9. 9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10. 10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5. 5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6. 6[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7. 7"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4. 4“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5. 5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6. 6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7. 7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8. 8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9. 9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10. 10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