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최저주거기준을 미달한 가구는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고 한다. 가구 구성원별 최소 주거면적, 주택 구조, 성능 및 환경 기준을 따져보는 이 지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명색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9.3%(2015년 기준)로 전국 평균(8.2%)보다 높다는 것은 문제다. 게다가 이런 공간에서 생활하는 지역 아동 수가 5만여 명(통계청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달한다니 참담하다.
올 들어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바꾼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은 등교수업도 제때 못하는 아이들이 온종일 보내는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아동 중 상당수는 부모 보살핌 없는 집에서 방치되기 일쑤다. 상대적으로 각종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가 지난 7월 주거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벌인 주거 실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1명이 ‘집에 있어도 안전하다 느끼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부산아동옹호센터는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서구와 동구지역을 선택해 저소득 가구 아동 55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답변에 응한 아동 중 37.3%는 ‘벽과 천장에 곰팡이가 있다’고 했으며, 22.1%는 ‘집 천장에서 비가 샌 적이 있다’고 했다. 또 10명 중 6명가량이 ‘집 안에서 바깥소리가 뚜렷하게 들린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등 빈곤 상황에 몰린 아동들의 열악한 주거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 집에 친구를 초대할 수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소득층 아동들은 심리적인 위축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빈곤은 모든 연령층에 걸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 성장기 아동들은 인생 전체에 악영향을 받는다. 국제신문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빈곤가정의 아동이 오랜 기간 머물 공간인 집이라도 제대로 마련해주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다. 아이에게 ‘집다운 집’을 제공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이 시대 사람들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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