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태풍에, 올해만큼 자연재해에 공포를 느꼈던 적은 드물었을 것이다. 지난 여름 장마기간 부산에 내린 비는 956.7㎜로 평년(400.8㎜)의 두 배를 넘었다. 중부지방은 역대 최장 장마라는 이상 기록을 남겼다. 지난 7월 동구 초량지하차도에서는 폭우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춘천 의암댐 사고 등 전국적으로도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와 이재민이 속출했다. 태풍은 또 어땠는가. 올해는 두 차례나 초강력 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했고, 특히 부산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피해가 더욱 컸다. 두 달여간 겪은 폭우와 돌풍은 우리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했다. 아니 기후변화를 넘은 기후위기를 보여줬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위기는 순식간에 생명을 앗고 삶터를 짓이기는 재해가 된다는 점을 지난 여름 우리는 똑똑히 봤다.
올여름 이상기후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 서부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산불이 이어졌고, 콜로라도주에서는 30도를 넘던 폭염 다음 날 기온이 2도까지 떨어지며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 조사 결과 올 6~8월 북반구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는 20세기 평균(15.6도)보다 1.17도 높아 역대 최고치가 됐다고 한다.
이런 고약한 이상기후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게 더 문제다. 기후변화에 관한 우려는 지난 수십 년간 경고됐다. 사실 기후변화는 지구가 생긴 이래 수억 년 전부터 지속되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는 게 문제다. 1.5도 상승을 지구온난화의 임계점(한계치)으로 보는데, 이미 1도를 넘어 1.5도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인류 공동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찍부터 머리를 맞댔다. 1992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리우회의를 시작으로, 1997년 교토의정서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중립’(온실가스 실제 발생량과 감축량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목표를 제시했고,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은 모든 국가가 이에 동참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 일자리를 지킨다”는 핑계로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해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한다.
미국만 욕할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탄소 감축’ 방향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실제 탄소 배출량(직접 배출량 기준)은 2017년 7억900만t으로 10년 전보다 17% 증가했다. 다행히 부산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체가 줄어든 영향 등으로 직접 배출량은 2007년 1802만t에서 2017년 1431만t으로 20% 떨어졌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은 같은 기간 14%가량 늘었다. 간접 배출량은 매년 1000만여 t이어서 직접 배출량에 맞먹을 정도다. 간접 배출량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정부는 2050년 중립 달성 전 2030년 목표 감축량을 5억3600만 t으로 2017년 대비 24%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고, 부산시도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11월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직접 배출량을 감축하는 일뿐만 아니라 간접 배출량 줄이기에도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마침 지난 7일 부산시가 ‘기후위기 부산 비상선언’을 했다. 탄소 감축에 시민의 참여를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쓰레기 덜 버리기,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이상기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인식하고, 동참해야 할 때다.
그런데 하필 이런 때 하수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활용해 탄소를 감축하고 대체에너지도 생산,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녹산하수처리장 소화조가 공정률 97%에서 공사를 중단, 완전 철거 후 재시공하기로 한 소식이 전해져 안타깝다. 지난해 12월 완공 예정이던 이 시설은 재시공으로 인해 2023년은 돼야 가동된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할 좋은 기회를 3년 가까이 날려야 한다니 기가 찬다. “설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시의 해명인데, 400억 원이 넘는 공사가 이렇게나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