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소수집단, 소수의견과 같은 말들이 떠오른다. 성차별, 인종차별, 소수자 차별과 같은 말의 의미도 되새겨본다. 문득 사진 한 장에 눈길이 갔다. 세계적인 여자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일본, 세계랭킹 9위/ 2020년 여성 스포츠인 수입 1위)가 US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라고 새긴 마스크를 하고 경기하는 장면이다.
그는 1997년 일본 오사카에서 아이티(인구 95%가 흑인)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4살 때 가족이 미국으로 옮겨 아버지의 지도로 테니스를 시작한 그 역시 소수민족 출신으로 인종차별의 어려움을 딛고 세계적 인물이 됐다. 다른 대회에서 기권하며 “나는 운동선수이기 전에 흑인이다”고도 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 과잉진압으로 비무장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사망한 사건이다. 다른 많은 미국 스포츠인도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며 인종차별 철폐를 외친다.
소수는 또한 성소수를 포함한다. 성소수를 주제로 한 영화를 우연히 꽤나 본 것 같다. ‘브로크 백 마운틴’(2005), ‘메종 드 히미코’(2005), 황정민 출연의 ‘로드무비’(2002), ‘대니쉬 걸’(2015), ‘캐롤’(2015) 등등이다.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상황과 굶주린 늑대 눈빛처럼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그들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편견과 혐오라는 올가미에 걸려 헤어날 수 없는 그들의 삶을 누가 구원해 줄 수 있나. 타인의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내가 결코 대신할 수 없고 어쩌면 진정으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정당하지 못한 편견과 이유 없는 혐오는 많은 비극을 초래했다. 미국 남북전쟁부터 아우슈비츠 유대인 대량학살까지 수없이 많은 희생을 겪었다.
조금 지난 기사이지만 국제신문 5월 28일 자 책면 ‘편견에 빠지기 쉬운 인간, 혐오를 낳다’를 다시 본다. 고든 올포트의 저서 ‘편견’(교양인)을 분석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동서 냉전 시대의 편견을 연구하며 개인의 성격 발달, 희생양 만들기의 역사, 사회규범, 종교, 경제 등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 후세 연구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편견과 혐오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 몸이다. 우리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은 누구인가. ‘그들’이다. ‘내’가 속하지 않은 ‘그들’이다. 돌이켜보면 일제강점기 재일 조선인도 그들에 포함된다. 중국 동포, 난민, 성소수자, 탈북인, 여성들이다. 집단 간 접촉이 많을수록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 저자의 견해에 공감이 간다. 한 예로 백인과 동등하거나 지위가 높은 흑인과 직업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편견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2018년 10월 해운대구에서 열린 ‘제2회 부산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위 사진까지 함께 실려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지난 8월 20일 자에는 김비 씨와 박조건형 씨 부부의 공동 저서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한겨레출판)’에 대한 리뷰를 실었다. 성소수자의 위태로웠던 삶을 끌어안은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김비 작가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이다. 남편 박조건형 씨는 드로잉 작가인데 30년 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다 한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외로웠던 서로가 만나 사랑하고, 이웃과 연대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고 전한다.
편견은 습득되어 버릇이 된다. 작은 편견이 큰 비극을 초래한다. 연변 출신 식당 종업원(중국동포)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비하하는 듯한 태도로 그의 말투를 흉내 냈다. 마음이 아팠다. 지금 세계가 코로나 19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전혀 뜻하지 않게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들도 ‘소수자’이다. 이들에게 차가운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따뜻한 마음의 손길을 뻗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