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풍이 부산 해안가 초고층빌딩 강화유리 수 십장을 박살 냈다. 중국은 올해 태풍·홍수에 따른 이재민이 남한 인구를 뛰어넘는 7000만 명에 달한다. 경제적 피해는 약 37조 원.
내년 태풍은 위력이 더 할 것 같다. 온난화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태풍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대신 강한 태풍은 더 잦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가태풍센터가 2009~2018년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최대풍속 44m/s 이상의 ‘매우 강함’이 무려 50%를 차지했다. 성인 남성도 초속 35m가 넘어가면 바람에 날려간다. 국립기상과학원도 7∼9월 태풍 잠재 강도가 27.9∼42.1% 세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태풍이 강해지는 이유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열대 저기압이 풍부한 수증기를 공급 받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1차 원인은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 증가다. 초고층을 덮친 ‘빌딩풍’ 역시 토지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이 빚은 인재(人災)다. 바다를 건넌 태풍은 초고층 사이를 지나면서 가속도를 낸다. 때론 회오리로 변해 자갈을 ‘공중부양’ 시켜 유리창을 때린다. 기후학자들은 ‘북극 빙하가 녹고 있다’는 뉴스만큼 빌딩풍 피해를 자주 경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온난화에 따른 고통은 전 지구적 일상이 돼 버렸다. 최근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로 1만9125㎢가 불탔다. 대한민국 면적(10만210㎢)의 19%에 달하는 규모다. 산불 원인 중 하나는 번개다. 연간 8만5000여 건의 번개가 치는 캘리포니아에선 지난 8월 사흘새 1만800번의 벼락이 떨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연기로 뒤덮인 캘리포니아 하늘을 두고 “주황색을 띤 핵겨울(Nuclear Winter) 같다”고 묘사했다. 핵전쟁으로 발생한 재와 먼지로 햇빛이 차단돼 한랭기가 찾아온 것 같다는 의미다. 번개가 자주 출몰한 이유 역시 온난화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져 더 많은 번개가 친다. “미래를 아는 것조차 두렵다”는 킴 콥 조지아공대 기후학자의 탄식에선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기후변화의 새로운 악당은 4차 산업혁명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전력 사용량은 4G보다 3배 가량 많다. IT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3.6%를 차지(2018년 캐나다 맥마스터대 논문)한다. 5G나 AI의 에너지원은, 2차 산업혁명 때처럼, 여전히 화석연료다. 지난해 석탄·천연가스의 국내 발전설비 용량은 과반을 넘는 60%대다. 원자력은 약 19%. 신재생에너지는 15%대에 불과하다. 온난화에 따른 강한 태풍의 증가가 5G와 연결되는 이유다.
인공지능(AI)도 5G만큼 위협적이다. 알파고는 이세돌과 대결할 때 1920개 중앙처리장치(CPU)와 280개의 GPU를 사용했다. 소비 전력은 약 1㎿(메가와트)였다. 이세돌의 두뇌(20W)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한 것이다. 알파고 같은 AI가 자연어 처리 모델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약 284t(2019년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의 연구)에 달한다. 사람 한 명이 1년에 배출하는 탄소(약 5t)의 57배이다.
실상 IT 분야의 탄소 배출량은 그동안 ‘혁신’ ‘일자리’라는 키워드에 가려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IT 산업에 특화한 온실가스 규제 의무도 따로 정해진 게 없다. 그래도 인류는 여전히 IT에 열광한다. 문재인 정부도 속도전이다.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에 58조 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최근 내놨다.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는데 구체적인 투자처는 확정된 게 별로 없다. 데이터·AI·수소경제라는 슬로건만 거창하다. 돈을 허투루 쓰면 언젠가 청구서가 날아온다. 생태계의 ‘회복 탄력성’을 높여주는 ‘리질리언스 사고’가 뉴딜에 반영되지 못하면, 미래 먹거리가 탄소 증가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그 청구서 항목엔 ‘자연재해 복구비용’이 대거 포함될 수 있다.
티머시 미첼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가 ‘탄소 민주주의’에서 던지는 화두는 묵직하다. “보다 민주적인 미래의 가능성은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는 과정에서 우리가 발전시킬 정치적 수단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에너지 전환이 같은 맥락이라는 의미다. 과학기술 발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최소한 과학기술 에너지원에서 ‘기름띠’는 제거하자는 말이다. “한국판 뉴딜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목표를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성장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환경단체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바꿔 말하면 “어느 날 AI로봇이 당신의 일을 대신할 것이다. 그 로봇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은 무엇인가. 그 에너지는 세상을 더 병들게 할 것인가, 아니면 치료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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