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잇따라 들이닥친 강력한 가을 태풍 때문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온 강풍과 폭우는 정전 침수 붕괴 산사태 등의 상처를 남겼다. 피해 지역 상당수가 얼마전 장마에도 수해를 입은 곳이어서 망연자실한 상태다. 두 차례 태풍이 모두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바람에 해안가 시설물 피해가 특히 컸다.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지고 도로가 부서졌고, 주민들은 잠을 설쳐야 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재난 상황이 일상사가 될 게 거의 확실하다는 점이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절반이 초속 50m 안팎의 ‘매우 강한’ 바람이었다. 이 정도면 콘크리트 집이 붕괴된다. 이번에 남해안과 동해안에 집중 피해를 입힌 마이삭과 하이선의 풍속도 지역에 따라선 이 수준에 육박했다. 강도가 센 가을 태풍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9월 태풍은 8개로 7월(5개)이나 8월(6개)보다 많았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온 상승으로 태풍은 더 잦아지고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부산은 태풍 지진해일 집중호우같은 풍수해에 특히 취약하다. 바닷가에 고층 빌딩이 밀집한 탓이다. 50층 이상 건물이 전국에 111개동인데 이중 35개동이 부산, 28개동이 해운대에 있다. 지금도 수영구 동구 영도구 등 해안선을 따라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대기 중이다. 이들 주변에서는 다른 곳보다 배이상 강한 빌딩풍이라는 바람이 분다. 하이선 때도 초속 50m 이상 돌풍이 마린시티에서 측정됐다. 2003년 남부를 강타한 100년 빈도의 ‘매미’ 같은 태풍이 또 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까지는 해안가 고층 건물에 대한 논의가 도시 미관이나 바다 조망권 사유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 해안 난개발은 도시의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이슈가 됐다. 건물의 높이와 밀집도, 해안과의 이격거리 등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부산시는 자연재해의 일상화에 대비해 도심 기반시설을 보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도시계획의 전면적인 수정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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