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귀성은 우리의 오랜 미풍양속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한 이후 명절이면 민족 대이동으로 불릴 정도로 너나없이 고향으로 떠났다. 이 바람에 도심은 텅 비고,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은 귀성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런 풍경은 신문 1면 사진의 단골 메뉴였다. 고향에 머무는 기간도 길었다. 주 6일 근무하고 휴일이 많지 않았던 산업화 시절 1주일가량 문을 닫는 회사가 많았다. 1980년대까지는 그랬다.
이후 마이카 시대를 맞으면서 귀성전쟁은 고속도로에서 벌어졌다. 자가용으로 귀성하는 인파로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방송사는 이런 도로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고는 했다.
예전의 이런 귀성 모습은 최근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고향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거나, 도시에 자식과 함께 거주하는 세대가 늘어나면서 예전과 같은 명절 귀성 전쟁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귀성한다고 해도 도로 사정이 좋아져 서울과 부산도 반나절이면 오갈 수 있게 됐다. 예전처럼 본가에서 자며 지내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다. 아침 일찍 고향을 찾은 뒤 저녁에 돌아오는 당일치기 귀성이 일반적이다. 명절이 재충전을 위한 연휴란 인식도 귀성 풍속의 쇠퇴에 한몫 한다.
올 추석에는 이마저의 귀성 행렬도 찾아보기 힘들어질 판이다. 코로나19 사태 탓이다. 코로나 시대 뉴노멀인 ‘비대면’으로 추석을 쇠야 할 판이다.
정부는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 연휴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했다. ‘민족의 대이동’이 집단감염을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큰 명절이다. 정부는 이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방역을 적용하고, 귀성 자제를 권고했다. 제례 참석인원도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 머물러 달라는 당부까지 하고 있다. 성묘나 봉안시설 방문 대신 온라인 성묘를 권장했다. 온라인에서 차례상을 차리고 추모 글을 남기는 방식이다. 벌초도 직접 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맡기는 추세다. 코로나19가 미풍양속마저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대면’ 추석 분위기에 저항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코로나 시대의 지침을 실천해야 한다. 대신 이런 명절 모습은 올해 일회성으로 그쳤으면 한다. 편리함을 핑계로 귀성 풍속이 사라질까 봐 걱정돼 하는 소리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