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이삭’이 남긴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더 센 ‘하이선’이 온다 해서 걱정스러웠다. 그리고는 다행스럽게 하이선이 동쪽 해상으로 비껴 지나간다는 예보.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체감상으로는 마이삭보다는 조용했기에 다들 무사히 넘겼으리라 여겼다. 저녁 뉴스를 보니, 아니었다.
해안 곳곳 월파·침수 피해와 연이은 재난에 지친 주민, 농민과 가게 주인들이 있었다. 울릉도는 특히 심한 피해를 입었는데, 동쪽으로 ‘비껴’ 갔다고 한 그 경로에 울릉도가 있었다. 내가 직접 겪지 않는 세상을 뉴스가 아니었다면 모를 뻔했다. 경남지역 기사와 뉴스를 보면서는 많은 비가 내려 바닷물 염분이 낮아지면 양식장 홍합·멍게가 죽어버린다는 걸 알게 됐다. 겪지 못한 세상, 관심 없던 영역까지 뉴스로 알려, 흩어진 사람을 잇는 것을 레거시 미디어(전통적 언론매체)의 역할이자 포기 못할 강점으로 본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부산민언련)은 코로나 관련 올해 상반기 지역 5개 언론사 경제뉴스를 분석했다. 코로나 재난 시기 지역언론이 누구를 주목했는지, 시민에게 소구력 있는 경제 보도란 어떤 것인지 찾고자 했다. 독자는 경제면 정보에 기초해 경제 현실을 인식하니. 어떤 주제와 계층이 등장하는지 궁금했다.
기사 주제와 취재원을 교차해서 살폈다. 코로나에 따른 산업별·기업별 피해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사 비중이 제일 높았다. 모니터 기간 내내 관광, 자동차, 항공사 등 기업 뉴스가 가장 많았고 뒤로 갈수록 소상공인,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가 언급되는 비중이 증가했다.
정부는 “일자리가 방파제”라며 고용 유지·창출, 실업자 구제를 경제 충격을 완화할 보루로 봤다. 기업에 긴급 지원하는 것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긴급 지원을 받는 동안 해고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런데 경제기사의 제목은 ‘직격탄 자동차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기의 조선·항공 골든타임 놓칠라’ ‘응급지원 격식 깨야’로, ‘기업’을 주인공으로 한다.
위기감을 강조하면서 경영진 요구를 직접 드러내는 경향은 ‘경영난 극복이 우선, 쪼그라든 지역 고용시장’ 등까지 이어지는데, 이런 제목을 자꾸 보면 어쨌든 기업을 살리는 게 지상 최대 과제고, 경영 상태 악화 땐 구조조정도 불가피한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이 생긴다. 기업이 평소 경영은 얼마나 건실하고 윤리적으로 했는가, 고용을 비롯해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는 부차적 문제가 된다.
경제면 주인공은 기업이다. 재난지원금 논의, 노동조합 쟁의. 몇 년 새 훌쩍 늘어난 특수고용노동자, 예술가, 돌봄노동자,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사회면에 실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획화된 기사 배치에서 은연중 경제면에 등장하는 기업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주체고, 사회면에 나오는 주인공은 복지 혜택으로 부양해야 할 대상, 그러니까 기껏 번 돈을 써버리는 이들로 인식되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사에 기업체 이름까지 나온 사례로 에어부산, 르노삼성자동차, 벡스코가 눈에 띄었다. 경제기사만 모아 보면서 부산지역 산업이 자동차, 항공, 마이스·관광, 이와 연계한 부품업체나 여행, 숙박업체라고 파악했다. 한편으로 지역기업은 정말 이것뿐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국제신문은 창간 73주년 기획으로 ‘부산을 해양금융특구로 만들자’는 기사를 냈다. 해외 금융기업이 부산에 들어오기를 꺼리는 주요 이유로 주 52시간 노동제가 꼽힌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원격 근무 등으로 노동 형태가 유연해지고 일자리를 나누는 경향이 가속할 거란 전망도 있는데 장시간 노동이 기업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지 따져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한편으로 부산 강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돌아보는 기획도 시작했다. 지역에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이 있으니 생산품·납품처 다변화, 대학과 연계한 인재 확보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거로 봤다. 부산에 좋은 일자리와 기업이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 청년의 탈부산이 화급한 과제다. 어쩌면 매칭되지 않은 일자리가 많은 건 아닐까. 부산 강소 기업을 조명하는 기획기사는 이런 면에서 기대된다.
부산민언련 사무차장·독자권익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