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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의사 파업 단상 /최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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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9-07 19:14:0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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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제도는 매우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취업 금지 등으로 대표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면이 있는 반면, 이 시스템 안에서의 의사들은 국가가 양성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공부하고, 개업한 민간인이다. 이렇게 특이한 제도하에서는 의료라는 제도를 공공을 위한 복지로 활용하고 싶은 정부와 의료를 위해 생활을 영위하고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의사 사이에 생기는 긴장과 갈등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그림 서상균
일반적인 의사의 삶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학창 시절 공부만 한 뒤, 대학에 온 뒤에도 수강신청과 같은 것을 해보지도 못하고 6년 내내 의학이라는 엄청난 양의 공부에 갇혀 살다가, 의사가 되고 나서도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 또는 동료 의사들만 보고 살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알기 어렵다. 그리고 의사가 되어 환자들을 보다 보면 아무래도 좋고 감동적인 일을 겪을 때 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가 더 많다.

더구나 필자가 몸담은 외과는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어 힘든 응급수술을 한 경우가 오히려 병원에는 적자를 만들고, 게다가 환자를 치료한다고 썼던 약물이나 수술기구 등에 관한 비용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해 삭감되고 왜 이런 치료를 했는지에 대한 소견서를 때로는 변명처럼, 때로는 반성문처럼 쓰다 보면, 보건복지부나 국회의원과 같은 의료 정책 입안자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기는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졸속으로 나왔던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 선발계획은 의사들의 격렬한 반응을 자초했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안을 대한의사협회 또는 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의과대학과 상의 없이 진행하고 있었고, 그 학생들이 시민단체의 추천에 의해 될 수 있다고 해석된 복지부의 카드 뉴스는 절차의 정당성과 공정성 문제를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협상을 하면서도 뒤로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전공의를 고발하는 등 정부나 여당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상을 지속적으로 주었다. 그중 압권은 대통령의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놓는 SNS글이다.

물론 의료 취약 지역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치료할 수 있는데 죽는 사람이 서울 강남 지역은 10만 명 당 30명인데 경북 영양, 강원 양구 같은 지역은 100명에 이른다. 또 강원도에서 출산하는 것이 후진국에서 아이를 낳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영역은 당연히 공공의료가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당 지역 의료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추진했던 이번 정책으로는 세금만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의사들도 모르는 것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의사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인데, 그것은 세상에는 아픈 사람보다 안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는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이 건강보험료는 어떤 사적 채무보다 먼저 지불해야한다. 아프지 않은 다수의 국민에게는 이것은 세금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파업은 당연히 환자를 지켜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성을 어기는 행위임과 동시에 아플 때를 대비해 지속해서 보험료를 국가에 성실히 낸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전공의/전임의만 파업했기에 필수 의료와 응급의료는 시행됐으나, 상황이 장기화됐다면 교수진의 피로도도 올라갔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불편은 점점 더 커졌을 것이란 점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원문을 보면, 일반인이 아는 것과 달리 의사는 환자보다 스승과 동료에 대한 의무를 지키는 것이 먼저이다. 하지만 21세기에 그것을 핑계로 환자를 내버리고, 길거리에 나갈 수도 없다. 동료와 환자를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진실로.

양산부산대병원 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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