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안심은 일견 유사한 의미를 가진 듯 보이나 그 뜻과 작용은 매우 다르다. 안전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안심하고 있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 안심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안심은 모든 걱정을 떨쳐버리고 마음을 편히 가진다는 뜻이다. 안심은 심리적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안전한 상태와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기장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서 생산하는 수돗물에는 인공방사성물질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미국국제위생재단(NSF)을 비롯해 국내외 공신력 있는 5개 검사기관에 의뢰해 수질을 검사한 결과, 삼중수소를 포함한 인공방사성물질은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 안전한 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은 안심하지 못했다. 안전하지 못하다고 여기자 수돗물로서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 우리 사회는 이 일을 계기로 상당한 교훈을 얻었다. 안전한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즉, 안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검증돼도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면 그것으로 종말을 고하는 것이다. 안전과 동시에 안심이 요구된다.
다른 경우도 있다. 코로나19사태가 그렇다. 방역 당국과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확산 속도가 주춤하자 많은 사람이 안심해 버리고 말았다. 안심은 방심으로 이어져 제2차 대유행을 우려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안전하지 않은데 안심해 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안전과 안심이라는 두 바퀴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굴러가야 우리 사회가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다. 두 바퀴가 잘 작동하려면 소통이라는 윤활유가 필요하며, 지역언론이 그 윤활유가 될 수 있다. 사회가 안전한지, 시민이 안심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확인하는 데 국제신문의 역할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8월의 기획기사 ‘산재는 기업 범죄다’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2년 4개월간 부산에서 노동자 124명이 일하다가 죽었다. 철제 코일 사이에 끼이고, 고압 전선에 감전되고, 타워크레인에 깔리고,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불안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반복되는 산재는 죽음에 대한 책임이 너무 가볍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국제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원청이든 하청이든 이들을 고용한 기업과 사업주는 반복되는 산업재해(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도 단돈 몇백만 원으로 죗값을 치른다고 한다. 끊이지 않는 산재를 예방하려면 가장 먼저 사업주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하고, 그러려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신문은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부산지역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81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솜방망이 처벌과 도급 체제 건설현장이 참사를 부추긴다는 진단을 내렸다. 산재가 ‘과실’이나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안전관리 의무를 어겨 발생하는 ‘기업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속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양형 기준을 별도 범죄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신문은 원청 처벌을 강화해야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움직임도 상세히 소개했다. 부산에서도 도입 논의가 뜨거운데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가 지난 7월 23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소식이다. 국제신문이 후속 취재를 이어나가면 좋겠다.
나아가 전 분야에 걸쳐 우리 사회가 안전한지, 시민이 안심하고 있는지 국제신문이 잘 살펴봐 주길 바란다. 안전과 안심이라는 두 바퀴가 잘 돌아가야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나아갈 수 있다. 우리 시대는 이상기후, 신종감염병, 산업재해 등으로 불안을 야기하는 일이 무수히 생길 것이다. 사전에 안전한지 진단하고 예방해 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에 국제신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