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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원장님이 무뚝뚝해요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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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8-31 20:12:38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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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으러 갔다가 무뚝뚝한 원장을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의원, 병의원, 치과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원장의 무뚝뚝함은 불친절과는 다르다. 오늘은 그 무뚝뚝한 원장들에 대한 얘기다.
그림 서상균
우리는 대부분 친절한 의사를 좋아한다. 그리고 TV에 자주 나오면 실력 있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EBS 프로그램 ‘명의’에 나올 정도면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유명한 TV 프로그램에 나오면 2, 3년 치 진료 예약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친절하거나 TV에 자주 나오는 의사 중에 훌륭한 분들도 많다. 하지만 시청자가 생각하는 것과 우리 의료인이 생각하는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한의사, 의사가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부탁하는 의사 중에 TV에 나오는 분은 많지 않다.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우리가 본인이나 가족의 진료를 맡기고 싶은 의사는 외부에서 보는 유명세와 꽤 차이가 있다. 학문적 깊이, 치료의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이렇게 실력이 출중한 분들은 TV에 나서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친절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다.

의학이라는 학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진료까지 훌륭히 하려면 일상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주말마다 학회에 다니고 평일 저녁에는 스터디 모임에 참석하는 일이 다반사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연히 사람들과 친분 교류는 부족해지고, 사회성이 떨어지기도 십상이다.

이런 분들을 TV에 모셔다 놓으면 시청률 떨어지기 딱 좋다. 재미와 흥미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방송에서 어려운 주제를 재미없게 표현하는 분들이 무뚝뚝한 원장들이다. 방송의 흐름상, 학문적 가치보다 방송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기에 실력 있는 원장들이 방송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평생 공부와 진료만 하던 사람들인지라 친절하고 싹싹하게 진료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본인 생각에는 치료만 잘 되면 된다는 고집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원장들이 대체로 무뚝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감정을 다 내뱉는 불친절한 의사가 아닌 친절함이 어색한 ‘무뚝뚝한 원장’을 만나게 된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자기 학문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느라 환자의 감정적 만족에 둔감하거나 서투를 수도 있다. 조금만 지켜보면 치료해주려는 진심을 느낄 수 있으니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전에 조금만 기다려보자. 동료들이 믿고 부탁하는 진짜 명의가 여러분 집 앞에서 진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료들이 인정하는 실력 있는 의사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때로 유명 TV 프로그램에 나온 의사들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원장님은 말이 조금 어눌하고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지는 않지만 진실된 분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무뚝뚝하지만 꽤 괜찮은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의 가치를 재조명해보고자 이 지면을 빌려본다.

한의대 재학 시절, 속이 깊고 공부도 많이 한 선후배와 동기들이 남 앞에 서면 유달리 쑥스러워하는 경우를 꽤 많이 보았다. 의대나 치대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쉽사리 친해지는 것이 서투르지만, 친해지고 나면 진국인 사람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한의원, 병의원을 하고 있으리라. 개인적으로 이런 원장들을 좋아한다. 드러내지 않지만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전진하는 무뚝뚝한 원장들. SNS와 화려한 약력 자랑이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람들이 그립다. 무뚝뚝한 원장들….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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