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행정과 중앙 정치를 두루 경험한 경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진취적인 인재.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 전문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근 만난 지역 여야 정치권 인사 또는 잠정 후보들이 밝힌 ‘시장의 조건’이다. 350만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 제2 도시의 수장으로서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덕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이 밝힌 조건이 썩 와 닿지 않는 것은 왜일까. 너무 ‘뻔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솔깃한 것 중 하나가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 후보급 인사’이다.
역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부산시장 선거를 돌아보자. 조순 민선 초대 서울시장을 비롯해 고건,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에 이르기까지 모두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낙선한 후보들조차 비슷한 급의 대접을 받았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이재명 등 경기지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산시장은 어떤가. 1995년 민선 초대부터 2018년 7대 선거까지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 후보급 인사가 출마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초대 부산시장 선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적이 있지만 당시 그는 초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차기 대권 주자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역대 부산시장에게서 ‘미래’를 읽기 어려웠다. “다른 지역에서 부산시장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양상은 수도권 중심주의와 맞물려 점점 심화됐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후보 곁에는 수많은 인재가 모여든다. 굳이 애써 영입하려 하지 않아도 제 발로 캠프의 문을 두드린다. 이런 인재들이 쏟아내는 정책과 아이디어는 서울과 경기도를 눈부시게 발전시킨다. 반면 부산시장 후보 곁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고,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부산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궐선거까지 8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차기 대선 주자급 후보가 갑자기 툭 튀어 나오기를 바라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여야가 부산을 제2의 도시로 생각한다면,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인정한다면 말이다. 부산 시민도 이젠 오늘이 아닌,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을 만나고 싶다.
정치부 차장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