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뉴딜 300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2019~2024년 총 300개소를 대상으로 약 3조 원을 투자해 ‘낙후된 어촌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지역 자생력을 강화하는 사업’이라는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지역 밀착형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추진을 통해 어촌 주민이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인데, 기획 당시 ‘한국형 뉴딜’을 예상했다면 그 내용이 과연 지금과 같았을지 궁금해진다.
비교적 생소한 어촌 뉴딜과 달리 ‘한국형 뉴딜’의 이슈 몰이가 상당하다. 2025년까지 총 114조 원의 엄청난 재정을 투자하는데, 이쯤 되니 한국형 뉴딜의 벤치마킹 모태인 미국 뉴딜의 배경과 역사에 호기심이 생겼다.
1차 세계대전 뒤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단기간에 1918년 대비 1조2000억 배를 상회했다.
바이마르공화국은 이를 타개하고자 1300억 마르크에 달하는 전쟁보상금 문제의 국제적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첫해만 지불하고 그 이후 지불은 거절했다. 그러자 프랑스의 독일 침공 등 유럽 정치경제는 엄청난 혼란기를 맞았다.
그 와중에 전쟁 과정에서 유일하게 순수 채권국 지위를 차지한 미국은 배상금과 전쟁채권 처리의 주도권을 쥐게 되고, 1921년에는 국제적 지불 탕감 정책을 채택한 ‘도즈플랜’을 발표했다.
세계 경제 중심이 된 미국은 제조업과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엄청난 호황을 누린다. 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소득 불균형, 팽창한 자본의 무분별한 주식시장 유입 등으로 급기야 대공황 사태를 맞는다. 미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통한 대공황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 확대를 시도했는데, 이것이 뉴딜 정책의 탄생이었다.
급격한 환경 변화가 산업구조의 근본부터 바꿔놓는 과정에서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시장이 붕괴한 과정이 대공황이었다면, 정부 주도의 인위적 재정 확대를 통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고 시장을 안정화하려 한 시도가 뉴딜이다.
겪어보지 못한 급격한 사회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 관점에서, 감염병과 기후변화는 유사성이 있다고 분석한 매켄지 보고서 내용이 최근 자주 인용된다. 비대면 경제, 친환경 기술이 중요해진 이유다. 이것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반영돼 한국형 뉴딜의 두 개축, 즉 비대면 경제를 지원하는 디지털경제와 친환경 기술이 기여할 그린 경제라는 한국의 뉴딜 전략이 만들어졌다.
감염병과 기후변화 둘 다 미경험의 충격이고, 한 세기 전 뉴딜 탄생 역사와 배경까지 찬찬히 보니, 한국형 뉴딜은 미경험 위기 대응과 코로나 이후 세계 선도 국가 진입을 위한, 제법 잘 만들어진 전략으로 보인다.
얼마 전 주한 노르웨이대사와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세계 일류 조선해양산업을 보유한 한국의 강점과 노르웨이가 보유한 친환경 해양기술의 융합 및 국가 간 협업 모델을 모색한 자리였다.
‘세계 선도’의 참뜻과 역할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된 자리였는데, 정부가 주창하는 세계 선도라는 목표가 순간 오버랩되며 묘한 반향이 일었다.
세계는 누구를 가릴 것 없이 경제 위기를 겪고 있고, 그 위기 상황에 코로나 19가 정점을 찍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위기 이후 ‘세계 선도’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책의 한 축을 ‘그린뉴딜’로 정했고, 실천적 대안으로 친환경 기술과 에너지 전환을 내세웠다.
지난 7월 1일에는 국무총리 산하 수소경제위원회가 꾸려져 수소에너지 시대 마스터플랜도 내놓았다. 청정 수소 생산과 연계한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서 해상풍력, 2040년 기준 연간 260여 만t 수소 수입을 담당할 액체수소운반선, 수입한 수소를 처리할 액체수소 인수기지와 벙커링용 항만 등이 뉴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은 해양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련의 흐름을 보고 있자니 해양인으로서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이다.
코로나 이후 또 다른 미경험 충격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어떤 뉴딜로 명명될까. 이름을 어떻게 짓든, 임시방편으로 또 각자도생으로 역량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는 모든 어선을 전기 또는 수소 추진으로 전환하는 중이라고 노르웨이 대사는 말했다. 친환경과 그린에너지를 필두로 한 그린뉴딜이 작금의 화제인데, 어촌만이 아니라 어선·항만의 친환경 문제와 해양산업의 친환경 전환까지 폭넓게 다뤘더라면 지금 어촌 뉴딜이 아닌 ‘해양 뉴딜’로서 더 주목받고 또 기여하지 않았을까. 그런 해양뉴딜을 보고 싶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