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수돗물은 주로 호수와 하천에서 얻는다. 오염원이 호수·하천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정화 과정이 필요하다. 깨끗한 물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이미 선사시대 때부터 시작됐다. 로마시대에는 수원지로부터 거리가 먼 소비지까지 물을 운반하기 위해 도수교를 건설했다.
수질오염은 ▷산업체에서 폐기 화학물질을 배출하거나 광산 폐기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갈 때 ▷농작물 재배에 사용하는 비료·살충제 또는 도로 제설작업에 사용된 염분이 비로 씻겨 호수와 하천으로 유입될 때 발생한다. 또 다른 원인은 송·배수관이 부식되는 경우다. 일부 세균은 황 순환 과정에서 황화수소를 만든다. 황화수소는 송·배수관의 철을 황화철로 바꾸어 부식을 일으킨다. 땅 속에 묻힌 송·배수관에서 부식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부식에 관여하는 세균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혐기성 세균이기 때문이다.
오염된 물에는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 특히 하수와 폐수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거나 폭우로 인해 토양에 있던 병원균이 강으로 유입되면 물은 병원균의 전달 매체가 된다. 옛날부터 병원성 미생물이 물을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가 물을 끓여 마신 습관은 전쟁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콜레라가 물로 전파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런던에 모래여과장치를 설치했다.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해 상수처리가 필요 없는 수원은 드물다. 상수처리는 물에 존재하는 병원균을 제거하고 투명도·냄새·맛을 개선하는 과정이다. 상수처리에는 침강·여과·염소 소독의 세 가지 기본 단계가 있다. 침강과정에서는 먼저 수원지에서 퍼 올린 원수에서 나뭇잎이나 자갈입자를 제거한다. 퇴적물이 없는 물에는 황산알루미늄과 같은 응집제를 첨가하여 물 속 작은 입자들이 응집해서 플록(젤리 같은 응집체)을 형성하게 한다. 이런 플록은 중력에 의해 가라앉아 물에 있는 미생물을 포집하고 부유 유기물과 침전물을 흡착하여 제거한다.
황산알루미늄을 구할 형편이 안 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대체 응집제로 모링가 나무의 씨앗을 갈아 만든 분말을 사용한다. 이러한 식물성 응집제는 천연소재로 생분해가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자원이므로 매우 유용하다. 이 나무는 친환경적으로 물을 정화하는 것 외에도 잎과 뿌리는 식용으로, 목재는 건축용으로, 씨앗의 오일은 윤활유나 화장품 제조에 사용되어 ‘기적의 나무’로 불린다.
침강과정을 거친 물은 여과과정을 통해 잔류하는 미세입자와 미생물이 99% 이상 제거된다. 대부분의 여과는 모래를 통해 이루어지며, 어떤 상수처리장은 막여과 공정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천연유기물을 제거하기 위해 활성탄을 이용하여 물의 안 좋은 맛과 냄새를 개선한다. 상수처리의 최종 단계는 염소를 이용한 소독이다. 염소는 여과 후 잔존하는 모든 유기물과 반응하여 미생물 등을 사멸시키기 때문에 물의 안전성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염소는 가스 상태로 주입되거나 치아염소산염의 형태로 첨가된다.
염소 처리 후 저장탱크로 이동한 전제수(급수관 내 사용 전의 물)는 먼 거리의 급수 관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이때 염소 농도는 점점 감소하게 되고, 배관 벽에는 미생물 생장으로 생물막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급수 체제에서 발견된 미생물의 90%는 염소에 내성을 띄며, 배관 벽을 덮는 생물막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급수관에 집락을 형성하는 미생물들을 조사한 결과 기회감염을 일으키는 일부 병원체가 발견되었다. 대표적인 병원체로는 20~46도 사이 온도에서 몇 달 동안 생존 가능한 레지오넬라 뉴모필라와 염소에 저항성이 크며 심지어 잔류 염소를 가진 수돗물에서도 증식하는 비결핵성 마이코박테리아가 있다.
상수처리 된 물은 멸균수가 아니라 병원균이 없는 깨끗한 물이다. 음용수 급수 체제에서 미생물 생장으로 인한 문제는 물속 영양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고 잔류 염소가 유지되면 해결된다. 하지만 물을 정화하는 상수처리와 공급 시스템이 고장나면 수인성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규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제대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