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론팀의 중요한 업무는 독자나 기관 등이 보낸 이메일 확인이다. 하루 수십 통 메일을 받아 일일이 열어보고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사람&이야기 ’면이 이웃의 선행이나 수상, 행사 등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며칠간 휴가라도 보내고 돌아와 보면 메일함이 그야말로 터질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메일이 있다. 독자여론팀으로 오는 메일은 대부분 기사 게재 의뢰다. 우리 단체나 기관, 개인이 이러저러한 좋은 일을 했으니 지면에 나왔으면 한다가 주제다. 그런 와중에도 차이점이 있다. ‘지면이 허락돼 게재된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인사말은 사실 식상한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메일을 보내고, 게재되고 나면 언제나 잘 보았다고 답신을 보내는 단체가 있다.

이런 정중한 답장을 받으면 그 글을 쓴 분이 참 점잖으시구나 싶고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그동안 답장을 보내지 않고 내버려 뒀던 메일, 작은 요청에 대해 거절하기가 껄끄러워 그냥 뭉개고 있던 일 등이 부끄러워진다. 아무것도 아닌 메일 한 통이지만 귀찮다는 핑계로 넘겨버린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와는 좀 다르게 어떤 곳은 ‘기사가 나면 따로 연락해 달라’ ‘게재가 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물어온다. 기사로 나가는 것 자체가 답신이고 응답인데 어떻게 ‘따로’ 연락할 겨를이 있을 것이며, 간단히 검색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싶어 일일이 응대하기가 힘이 빠진다. 그래서 친절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상대도 나도 마뜩잖은 기분으로 마무리된 통화가 몇 번 있었다. 그러다 예의 ‘친절한’ 메일을 다시 꺼내 보고는 ‘작은 부탁을 하는 메일에도 예의를 잘 갖추는 독자가 계시는데 정신 차려야지’ 싶었다.

얼마 전 사회복지시설에서 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해줄 수 있는지 물어오는 메일을 받았다. 답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전할까 하다가 메일을 썼다. 취지는 참 좋지만 제가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하다고. 그런데 ‘답장을 보내주셔서’ 참 고맙다고, 생긋 웃는 얼굴이 보일 정도의 답신을 받았다.

부끄러워 귀뿌리부터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연한 예의를 못 지키는 나 같은 인사가 얼마나 많았으면 이런 화사한 답장을 보냈을까 싶어 더욱 죄송했다. 언택트 시대, 상대를 생각하는 답신과 전화 응대가 소중한 매너임을 거듭 느낀다.

독자여론팀장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