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는 당 대표 등 지도부 선출, 당헌·당규 개정,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등을 위해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참가하는 회의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다. 2002년 4월 노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한 새천년민주당 전당대회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한국 정당 역사상 최초로 국민 참여 경선을 도입했고, 노 전 장관은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를 도는 ‘16부작 정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에선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수만 명이 몰려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례없는 ‘화상 전당대회’다. 행사장 분위기를 띄우는 장식도, 환호하는 관중도, 컨벤션 효과도 사라진 ‘3무 전대’다. 대미를 장식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후보직 수락 연설의 흥행 효과는 시청률에 기대야 할 판이다. 곧 이어 전당대회를 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후보로 밀 공화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쟁쟁한 민주당 인사들이 순차적으로 나서는 지지 연설은 건곤일척의 대선이 닥쳤음을 느끼게 한다.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거론하며 “네로는 로마가 불타는데도 바이올린을 켰다.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고 쏘아붙였다. 18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61만2000여 명으로 부동의 세계 1위다.

우리나라에선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를 뽑는 8·29 전당대회가 ‘3무 전대’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는 3무 전당대회”라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란 대세론에 코로나19와 전국을 강타한 장마 수해 등 악재가 더해지면서 흥행이 부진한 데다 미래통합당에 지지율마저 뒤지니 당내에서 쓴소리가 쏟아지는 것이다.

새 당 대표는 176석의 거대 여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정권 재창출 기반을 다지는 막중한 책무를 진다. 내년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및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이 숨가쁘다.

무엇보다 걱정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 확산세다. 고삐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미국처럼 오프라인 행사마저 사라진 ‘4무 전당대회’를 치를 지도 모를 일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