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불치병에 걸렸다는데….” 중년 여성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진료실로 들어왔다. 얘기인즉슨 외음부가 따갑고 가려운 증상이 반복돼 의원에 갔더니 ‘헤르페스 감염’이라는데, 낫지도 않고 평생 괴롭히는 불치병인 데다 성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잠도 안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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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입 밖으로 꺼내기 민망해하는 단어인 ‘성병’은 실은 병변이나 증상이 생식기에 존재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성매개감염병’이라는 정식 이름이 있다. 사람 사이에서 성적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일련의 질환들로 그 종류가 30종이 넘는다.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며, 흔하게 임질, 매독, 성기 클라미디아 감염증, 트리코모나스증, 헤르페스, 후천성 면역결핍증 등이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성병’이라니. 하지만 성의 역사는 늘 이어지고 성매개감염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꾸준히 느는 데다 오해하는 부분이 많아 꼭 몇 가지 알려드리고 싶다.
성매개감염증은 세계적으로 바이러스성을 제외하고도 약 3억4000만 명 규모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비교하자면, 현재까지 전 세계 코로나 19 확진자는 대략 2 100만 명이다. 그런데 개인위생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깨끗한 우리나라에서 이 성매개감염병이 급증하고 있다. 한때 노인 성병 증가가 이슈화됐으나 최근 가톨릭대 연구팀에 따르면 오히려 20, 30대에서 성매개감염병 유병률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주된 경로는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적인 성행위이지만, 성생활 패턴에 따라서는 입이나 항문을 통해 전염되기도 한다. 단 사면발이 같은 성병은 예외적으로 타월 속옷 이불 등에서 옮기기도 한다.
진단받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요한 첫 번째는 최근 성관계를 가졌던 모든 파트너에게 알리고, 그들도 감염 여부를 확인해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성매개감염병은 전염병이므로 일단 걸리면 철저히 치료해야 한다. 의사 지시에 따라 약을 끝까지 먹고, 완벽히 치료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최근 성매개감염병 원인균에서도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된다. 하루 이틀 복용하고 중단하면 균의 내성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세 번째, 치료받는 동안 모든 성적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산모라면 영아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꼭 치료해야 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병에 도덕적 잣대를 대는 것이 아니라 환자 치료와 재발 방지, 전염 방지가 최우선이다. 그러니 의심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이런 곤란한 상황이 오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자기 몸은 스스로 보호해야 할 것이다.
무증상이라 해도 정기 성병 검사를 권한다. 의심 증상이 가볍게라도 나타나면 즉시 검사해야 한다. 생리 중에는 바이러스 감염 전파력과 감수성이 더 커지니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좋다. 검증되지 않은 파트너라면 콘돔을 사용한다. 여성분 중 질 내부까지 열심히 세척하는 경우도 있는데 질 내 정상 세균총(細菌叢)을 제거해 감염에 대한 방어 능력을 떨어뜨리니 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래서 이 글 첫머리에서 ‘불치병’이라 오인한 성병은 무엇인가? 성기단순포진으로 단순 포진 바이러스, 흔히 말하는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성기 부위 수포성 질환이다. 아직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할 방법은 없고 컨디션에 따라 재발도 잦다 보니 불치병이라 여겨질 수는 있다. 하지만 증상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자주 바르거나 항바이러스제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되고, 피로 스트레스 등 재발 요인에 주의해 관리하면 재발률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성병이라 하면 두렵거나 부끄럽거나, 놀라 숨기거나 치료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조기에 치료하거나 성 파트너와 같이 치료할수록 더 쉽게 낫는 만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