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 개를 만드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원래 뉴딜이라는 단어는 카드 게임에서 나왔다. 게임 중에 카드를 바꾸어서 새로 시작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 국가가 시회문제를 직접 해결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지금처럼 회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하고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서구에서도 뉴딜정책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뉴딜에 비유하면서 “영국에 루스벨트의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의 경제 부활을 위해 그린뉴딜을 약속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맞수로 확정된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망가진 미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 ‘루스벨트 스타일’의 연방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29년 과잉 생산과 실업자 급증으로 발생한 대공황 해결을 위해 확장재정 정책인 ‘뉴딜’을 추진했다. 연방정부는 경제 문제에 직접 개입했다. 기업과 농업 생산을 통제하고 소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루스벨트 정부는 ‘긴급 은행법’을 마련해서 금융 제도를 다시 정비하고 ‘관리 통화법’으로 돈의 흐름도 관리했다. ‘산업 부흥법’으로 생산 조절과 최저가격을 통제해 지나친 기업 경쟁을 막았다. 또한 ‘사회 보장법’을 시행하여 서민의 사회적·경제적 안정을 이끌었다. ‘와그너 법’을 통해 최저 임금제와 적정시간 근로제를 정착시켜 노동계의 생활도 안정화시켰다. 특히 테네시강 유역 개발로 대표되는 지역 종합개발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으로 대규모 실업사태를 해결해 대공황에서 탈출했다. 뉴딜정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기업이 생산한 물건이 정상적으로 판매됐다. 서민 생활이 안정되면서 국가 경제도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도 소비 위축과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또한 3대 핵심정책인 디지털뉴딜·그린 뉴딜·고용안전망 강화를 통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국가의 틀을 바꾼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댐이나 지능형(AI) 정부와 같은 10대 과제도 제시했다. 디지털뉴딜은 58조2000억 원을 투자해 일자리 90만3000개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를 위해 공공데이터 14만 개를 공개해 데이터 댐을 구축하고 8400여 개 기업 데이터를 바우처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1·2·3차 전 산업에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하고 국가 SOC·인프라 관리시스템과 스마트시티·스마트산업단지 공간도 디지털화한다.
한국의 ICT 산업을 되돌아보면 2000년 전후 인터넷 광풍과 IT 열기가 ‘버블’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IT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광풍에서 살아남을 ‘생존기술’이 됐다. 비IT기업조차 영역을 뛰어넘어 IT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전체 산업의 IT연관성이 높아졌다.
지금은 한국의 ICT 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시점이다. 디지털 기술이 확산하면서 쌓인 데이터가 기업들에게 도약대가 돼 주고 있다.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약할 환경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디지털과 언택트를 키워드로 하는 디지털뉴딜이 본격화하면서 기업이 당장 도약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됐다. 도약대와 환경·공간의 준비는 K-ICT 산업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바꿔놓을 만한 토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바란다면 정부는 뉴딜의 후속으로 확실한 법·규제 개선을 빠른 시간 안에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는 K-ICT의 독수리 날갯짓을 기대해본다.
동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