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딱 떠오른다. 정말 뜻하지 아니 한 상황에서 자연재해가 잇따르는 까닭이다. 시도 때도 없이 몰아치는 생벼락이 따로 없다. 7월 말, 8월 초. 예년 같았으면 여름 휴가철의 절정기에 달한 지금 우리나라 전역은 물 폭탄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마른 장마’가 익숙했던 한반도에는 2020년대 초입부터 장맛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올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최악의 물 난리를 겪고 있다. 지난달 13일 경남 함양을 시작으로 부산 울산 등지로 이어진 물 폭탄은 서울 경기 충청 강원 호남 등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돌입한 올 장마는 오늘까지 48일째 지속하고 있다. 2013년 가장 길었던 역대 장마 기간 49일을 경신할 태세인 이번 장마는 진절머리가 난다.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1987년 8월 10일을 뛰어넘어 종료 시기 기록 경신도 눈앞에 뒀다. 종전 장마 기간에는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는 동안 땅이 굳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쉴 새 없이 비가 내려 약해진 지반이 버티지 못하고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가 이어지고 온갖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물 폭탄을 동반한 긴 장마가 무섭다.
장마 뒤 끝에 느닷없이 태풍까지 발생해 비상이다. 태풍 발생 뒤 단 하루 만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한 일도 일어났다. 제5호 태풍 장미(JANGMI).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이 채택된 태풍이 장맛비가 쏟아지는 한반도를 강타할 모양이다. 북상하던 열대저압부(TD)가 어제 새벽 3시께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 약 600㎞ 부근 해상(북위 21.4)에서 태풍으로 발달했다. 태풍은 대부분 적도 부근 바다(북위 20도 보다 남쪽)에서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높은 위도에서 생성된 것은 보기 드물다.
높은 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의 세력은 강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비구름을 몰고 와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주로 8월 중순부터 우리나라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태풍이 올해 긴 장마처럼 또 어떤 형태로 발달해 자연 재해를 몰고올지 모를 일이다.
긴 장마 기간의 태풍은 전혀 익숙한 자연 풍경이 아니다. 기이한 자연 현상은 앞으로 계속 잦아질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자연을 이길 수 없는 인간의 철저한 대비를 주문할 뿐이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