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는 아직 매섭다. 특정 도시를 봉쇄한 중국이나 전국 봉쇄령을 내린 이탈리아와 달리 우리나라는 초기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구를 봉쇄하지 않으면서도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 수많은 외신 보도에서 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봉쇄 대신 밀접 접촉자를 추적하고 빠르게 검사하는 방식”(AFP통신)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대응”(워싱턴 포스트)이란 보도다.
하지만 적극적인 역학조사 과정에서 확진자의 신용카드 내역, CCTV 기록, 휴대전화 추적과 세세한 동선 공개로 ‘개인정보 누출·시민 자유 침해’라는 지적도 여럿 있었다. 감염 억제 조치라는 명분이었지만 확진자는 누구를 만나고,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사생활이 고스란히 공개돼 버렸고, 피해도 있었다. 최근 방역에 필요한 부분만 공개하는 점이 다행이다. 국민의 알 권리, 투명한 정보 공개와 개인 자유는 이렇게 상충한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감시 속에서 살까? 버스, 지하철, 거리, 엘리베이터 그리고 잠시 들르는 커피숍에서도 일거수일투족은 빼곡히 기록된다. 개인 생활의 CCTV 노출 실태를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 평균 83회, 이동 중 9초에 한 번 꼴로 CCTV에 노출된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하루 대부분을 감시 속에서 생활한다. 물론 CCTV의 범죄예방, 시설보호 등 공적인 목적은 크다. 미국에서는 CCTV 설치 뒤 지역에 따라 범죄율이 7~51% 줄었고(하버드대학, 2014년), 국내에서도 CCTV 통합관제센터가 운영되면서 범죄가 적어지고 검거율이 올랐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의료계에는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논쟁이 뜨겁다. 대리 수술을 포함한 불법 의료행위나 의료사고 대처 방안으로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은 과연 반드시 필요하며 올바른 것일까? 사이버 성범죄와 음란사이트 접속을 예방하려고 전국 모든 PC방에 CCTV를 설치하고,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에게 행해지는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 시장 집무실에는 의무적으로 감시장치를 매달아야 하는 것인가? 일부 사건으로 인터넷 사용자, 고위 공직자는 모두 잠정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정당한가?
물론 수술받는 환자는 항거 불능 상태이므로 이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범죄는 앞선 예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하다. 또한 대리 수술을 포함한 수술실의 각종 불법행위를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엄격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의료인, 의료종사자가 ‘잠재적 범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환자의 나체가 포함된 영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이 법으로 인해 생겨날 의료계의 방어 진료, 소극 진료 등 부작용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교통사고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처벌을 하자는 ‘민식이법’ 적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 법을 악용한 고의 사고, 과도한 합의금 요구 같은 어처구니없는 부작용 사례도 생겨났다. 스쿨존에서 운행하는 차량에 일부러 접근해 손을 대고 오는 이른바 ‘민식이 놀이’가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하기도 했다.
“법은 사회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통제 수단이다. 신뢰가 없고 부패한 사회일수록 많은 법률이 존재한다.”(사무엘 존슨). 공자는 “법률제일주의 하에서는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만다. 백성은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어떤 짓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법망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어떤 악한 짓을 범해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논어)는 가르침을 남겼다. 어디서나 항상 감시받는 세상, 든든하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