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2단계 재정분권 시기가 1년 늦춰졌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당초 올 상반기 중으로 2단계 재정분권 정부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이 절차를 모두 순연시켰다. 정부 최종안이 도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정부안 확정 시기는 원래 계획보다 2개월 늦은 이달 중이며 관련 입법 등 후속 조치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2022년에야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현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이 불가능함을 자인한 것이나 같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대략 8 대 2이다. 2018년 1단계 재정분권을 통해 이 비율을 소폭 조정했다. 대통령의 최초 공약이었던 6 대 4는 물론이고 7 대 3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2단계 조정으로 이 격차를 조금이나마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올초 자치분권위 업무보고 때만 해도 2단계 재정분권 실현의 목표연도는 2021년이었다. 불과 5개월만에 말이 달라진 것이다. 그것도 코로나19 때문에 회의가 열리지 못한 탓이라는 핑계를 접하고 보니 과연 이 정부에 분권 의지가 있기는 한가 의심은 더 짙어진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지킨 건 올 초 국회를 통과한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뿐이다. 31년만에 전면 개정을 다짐했던 지방자치법은 20대 국회에서 무산됐고 자치경찰제 역시 여전히 논의만 거듭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중앙의 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더라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돈을 나눠주는데는 이렇게 인색하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다 지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탈원전 검찰개혁 부동산정책 등은 176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힘으로 하나 하나 관철시켜 나가고 있다. 지방분권은 같은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늘 후순위다. 정작 공약에도 없던 ‘수도 이전’같은 사안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정부여당은 이런 정책들의 반만이라도 지방분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집착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 국면전환용이니 지역민 간보기니 하는 말을 듣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