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어쩌다 해바라기 마스크 /최정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8-02 19:32:4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타일 위로 염소세제를 흘려준다. 타일과 타일 사이 하얀 줄눈이 나타난다. 검은 곰팡이가 사라진다. 긴 장마에 습도가 높은 날이 계속된다. 샤워 후 물을 닦아주지 않으면 곧 곰팡이가 점령한다. 염소세제 원액이 곰팡이를 가시게 한다. 마음에 곰팡이가 피는 것 같다. 마음이 습도 높은 저지대에 떨어진 것 같다. 하루살이 떼가 마음에 달라붙는다. 저지대의 공기는 인공 음압으로 만든 저기압 같다. 불길한 공기들이 ‘악소배’처럼 저지대를 몰려다닌다.

수시로 여과 없이 흘러드는 눅눅한 뉴스가 악취와 습도를 더한다. 어디라 할 것 없이 출몰하는 검은 우울곰팡이들.

마스크가 일상이다. 마스크는 정체성을 은폐할 뿐 아니라 표정를 가져간다. 얼굴 표정근육이 갈수록 딱딱해진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섬세한 감정을 전달하는 얼굴 근육들이 퇴화할 것 같다. 발달단계에서 얼굴 표정으로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법을 습득하는 시기가 있다면,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은 집단적으로 평생 상대의 감정을 얼굴 표정에서 알아차리지 못해 불편을 겪을지 모른다.

마스크가 입을 가져간다. 무엇보다 웃음을 앗아간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큰 소리로 깔깔대며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지 않는다. 박장대소와 더불어 삶을 윤택하게 하던 은은하고 고요한 미소가 사라진다. 미소들이 밝히던 조도만큼 세상은 어두워진다. 상대의 어깨를 두드리는 토닥임, 악수, 하이파이브 같은 작은 접촉이 사라졌다. 따뜻한 어깨와 손바닥의 온도가 건너가는 짧은 사이, 주고받던 격려와 호의와 공감이 사라진다.

대신 열심히 의심하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향해 소독제를 뿌려대는 청결이 강박으로 자리 잡는다. 우리는 모두 영화 속 청결강박증 환자 잭 니콜슨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영화 제목이 아이러니 하다. 관공서 출입 때 의무적으로 체온을 기록한다. 그러나 미봉책의 모순에 불과하다. 불특정 수많은 사람이 타는 지하철은 역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마스크 하나에 의존해 낯선 사람과 바짝 가까이 밀착할 수밖에 없는 두 줄의 좌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는다. 마스크라는 쪽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떠가는 생의 막막함을 도대체 뭐라 말해야 좋을까.

슬픔에 마음이 침수되는 계절이다. 해발고도 영zero 에 수렴하는 감정의 저지대가 곳곳에서 출몰한다. 마음이 물에 잠긴다. 밀물의 시간이 닥친다. 안팎에서 쏟아져 나오는 슬픔이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하는 시간이다. 슬픔이 역류하는 만조시각과 겹친다. 걷잡을 수 없이 슬픔의 수위가 높아진다. 탈주로를 찾지 못하는 슬픔은 위험한 늪이 된다. 움직일수록 깊이 빠지게 한다. 나쁜 소식이 수시로 우울의 수위를 높인다. 캄캄한 동굴도 아닌데 번히 눈뜨고 바라보이는 반지하차도에서 탈출에 실패하다니.

둥둥 떠다니는 익사의 소식을 보는 눈이 충혈되고, 침수의 소식을 듣는 귀가 축축해진다. 마음의 평형기관에 물이 찬다.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흘러넘치는 우울의 강물이 범람하는 배후습지. 평온을 잃은 세계는 바이러스가 쏟아져내리며 파생된 우울의 홍수라는 대재난에 직면해 있다. 나는 우울의 홍수에 휩쓸린 수재민.

너무 많은 우울의 습기와 그늘이 너무 오래 전 세계의 하늘에 드리운다, 일상에 수시로 꽃 피어 나야 할 건강한 낙천주의와 행복과 기쁨이 녹아내린다. 꽃과 향과 색을 잃은 마음에 창궐하는 우울 곰팡이를 물리치며 저지대를 살아가는 계절이다. 어쩌면 헤르타 뮐러의 소설 ‘저지대’처럼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눅눅하고 척박한 일상의 절망을 묘사하고 기록하는 것만이 닥친 저지대를 견디며 살아내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자, 인간에게 닥친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르겠다. 저마다 허우적거리며 자신이 겪은 코로나시대를 묘사한 기록으로 인류가 직면한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증언하는 것.

해바라기 밭 산골 폐교 소풍이다. 오 천 개 태양이 여름내 저장한 햇빛에 일광욕한다. 햇빛과 웃음이 강력세제 원액인가. 카메라가 다가오자 활짝 웃는 입을 서둘러 가리는 꽃이여. 바이러스가 인간행동을 반복 세뇌하는 파블로프 박사인가. 해바라기 마스크를 장착한 사진 속 여자가 실험실을 뛰쳐나와 조건반사하는 개인가.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212> 경북 의성 금성산~비봉산
  2. 2“상처 숨긴 채 살아온 미연…내면 닮아 감추고 싶었죠”
  3. 3“지도교수제·선배 멘토링, 로스쿨 승승장구 비결”
  4. 4가요계 걸크러쉬 현아, 신곡 ‘아임 낫 쿨’ 컴백
  5. 5“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6. 6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7. 7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8. 8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9. 9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10. 10“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1. 1“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2. 2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3. 3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4. 4“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5. 5청년선대본부 출범·신공항 논평…야당 보선 주자들 6色 홍보전
  6. 6김종인 수습에도…주호영 또 신공항 딴지
  7. 7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8. 8박인영"국민의힘은 TK만 생각하나…부산시민 분노 알면 깜짝 놀랄 것"
  9. 9여당 3파전, 야당 6명 압축…‘보선 라인업’ 나왔다
  10. 10국민의힘 지지율 출렁에 깜짝…김종인·주호영 가덕도 찾을까
  1. 1[브리핑] 씨앤투스성진 코스닥 상장
  2. 2[브리핑] 에어부산 대마도 무착륙 비행
  3. 3[브리핑] 한은 동전교환 온라인예약제로
  4. 4주가지수- 2021년 1월 27일
  5. 5대리점 대신 온라인서 산다…‘자급제폰’ 인기
  6. 6[경제 포커스] 부산 대표 기업들 휘청대는데…바라만 보는 市
  7. 7탈부산 인구 97% 수도권行…최다 이유는 ‘일자리’
  8. 8부산 남구, 작년 4분기 땅값 상승률 전국 2위
  9. 9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하> 동원개발③
  10. 10‘간편한 한끼’ 밀키트 작년보다 3배 잘 나가
  1. 1위기가정 긴급 지원 <1> 뇌질환 투병 김소망 씨
  2. 2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8일
  3. 3위기의 대우조선, 올 77억弗 수주 목표
  4. 4양산 물금 황산로 1→ 2차로 확장 추진
  5. 5울산에 철새 여행버스 다닌다
  6. 6진주시 공모사업 대거 선정…작년 국·도비 391억 확보
  7. 7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8. 8초등 저학년·유아부터 3월 신학기 등교수업 확대
  9. 9가덕신공항 기술검토 용역 진행…6월까지 활주로 등 최적안 도출
  10. 10“월세 안 받을게요” 양산 착한 건물주 화제
  1. 1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1> 부산시체육회 장인화 회장
  2. 2류현진 든든한 내야 우군 얻었다
  3. 3kt 2연패…공동 5위로 밀려
  4. 4롯데 루키 나승엽 1군 스프링캠프 포함 눈길
  5. 5김시우 PGA 시즌 2연승 도전
  6. 6프로야구 ‘유통더비’ 눈앞…롯데 지갑 열까
  7. 7손흥민 시즌 ‘10-10 클럽’(10골·10도움 이상) 가입
  8. 8새 부산농구협회장, 전철우 대표 당선
  9. 9프로축구 아이파크, 미니프런트 7기 모집
  10. 10‘첼시의 전설’ 램퍼드 감독 불명예 퇴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시대 부산교육의 진화 /김석준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 응급외상시스템을 /이상현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재인 대통령 ‘123분 신년회견’에 지역은 없었다 /정유선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페리의 비핵화 당부
사다리 받쳐주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목포 ‘중깐’의 딜레마
불로초 감귤
사설 [전체보기]
시 푸드트럭 ‘나 몰라라’…청년 창업정책 의지 있는 건가
동남권 메가시티 일정 가시화, 구체적 결실 기대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영남권 메가시티로 가는 길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