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맡기고 남의 집을 빌려 거주한 뒤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전세(傳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임대차 제도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다. “어떻게 2년이나 살다가 그 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영어 사전에 한국 발음 ‘jeonse’ 그대로 등재될 정도다.
고려시대 전답을 매개로 한 전당제도(典當制度)나 조선시대 집을 활용한 사금융인 가사전당(家舍典當) 등이 지금에 이르렀다는 시각도 있으나, ‘한국민족대백과사전’은 전세 제도의 기원을 1876년 강화도 조약에 둔다. 당시 부산 인천 원산 등 3개 항구 개항과 일본인 거류지 조성, 농촌인구의 이동 등으로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주택임대차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 이후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며 전세 제도가 뿌리내렸다. 금리를 지렛대로 집주인에겐 목돈 마련, 세입자에겐 주거 공간 마련의 기회를 주었으나 ‘집 없는 세입자의 설움’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집값 불안으로 끓어오르는 민심을 달래려고 군사작전하듯 처리한 부동산 관련 법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그 가운데 ‘전세의 종말’은 여야의 공통된 예상이나 그 결이 다르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두고 “이번 입법은 국민 주거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세입자 보호 제도의 대혁신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임대 의무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임대료 상승폭도 5% 이내로 제한된다는 취지다.
이날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본회의 단상에서 이를 정면 반박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한 연설에서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며 여당을 향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만드나. 이 법을 만드신 분들, 축조 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따졌다. 그의 5분짜리 연설은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어깃장을 놓았으나 오히려 ‘박 의원 자신이 다주택자’라는 역풍을 맞았다. 반대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판이 합리적이고, 국민 상당수가 가진 심정을 정서적으로 대변했다”고 평가했다.
전세의 종말이 우리나라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사에 긍정적인, 아니면 부정적인 변곡점으로 기억될 것인지 시장의 평가가 남았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