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최규하 당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2003년 참여정부 첫 국무총리였던 고건 씨는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의결’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잠시 수행했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가결’ 이후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대통령 자리가 비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권한대행 체제가 이뤄졌다. 반 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세 명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했다는 역사가 달갑지 않다.
최근 대한민국 수도 서울과 동북아시아 대표 해운항만물류도시 부산에서 시장 권한대행이 동시에 활동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둘 다 전임 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이뤄져 씁쓸하다.
그동안 현직 시장의 지방선거 출마 기간에 행정부시장 등이 권한대행 역할을 잠시 소화하면서 20일 남짓 자리만 지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두 도시의 시장 권한대행은 내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 때까지 임무를 수행하게 돼 역할과 위상은 커졌고, 관심도 집중된다. 본의 아니게 중책을 맡게 된 변성완(행시 37회)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서정협(행시 35회) 서울시장 권한대행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 4월 23일 오거돈 전 시장이 공식 사퇴한 이후 부산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변 권한대행은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내년 4월 보선에서 여권 진영의 부산시장 후보로 등판할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당사자의 속내가 궁금할 따름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이후 서 서울시장 권한대행 체제가 운영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그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에게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족쇄가 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등 고단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전임 비서실장으로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고충을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언행이 자유롭지 못한 그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인지 모른다. 유사 사건으로 시장 권한대행 체제가 이뤄진 서울과 부산에서 행시 출신의 동갑내기(1965년생)가 행정수장 업무를 대행하면서 맞닥뜨린 처지에는 일단 빛과 그림자가 엇갈린다. 이 뚜렷한 명암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지켜볼 일이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