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부산에서 제일 더운 동네로 손꼽히는 금정구가 상세 기후도 작성에 들어갔다. 측정지점을 좀 더 세분화해 기온 강수량 등을 알아보는 게 목적이다. 기상청 장비 외 자체 관측과 통계 분석도 실시한다. 이를 토대로 기상청 측정값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폭염 대책 근거 자료를 만든다.

부산에는 중구 대청동 관측소를 포함해 15곳의 무인기상관측소가 있다. 이 데이터를 보면 같은 부산이라도 금정·동래와 영도·강서의 여름 최고기온이 5~10도 차이가 난다. 대청동 관측값과도 상당히 다르다. 이때문에 대청동의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지역별 측정값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돼왔다. 찜통 더위의 대표가 된 경남 합천이나 밀양이 관측소 위치 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현재의 기상청 무인관측장비가 아무 기준없이 설치돼 있는 건 아니다. 측정값의 정확도를 위해 관측소 위치와 주변 환경 등을 규정하는 기상관측표준화법이 있다. 그러나 법이 정한 최소한의 바닥 면적, 바닥 재질 등의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고층 건물, 에어컨 실외기, 아스팔트 포장 등 변수가 많은 도심은 더 그렇다. 작년 국감 때는 무인관측소 90% 이상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기상은 관측값 자체도 중요하지만 통계 연속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관측소 위치를 바꾸기 어렵다는 기상청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도시의 폭염은 일상적이고 주기적인 재난이 됐다. 효과적인 대응책이 나오려면 정확한 현황 파악이 우선이다. 이것이 금정구의 시도를 무의미하다 할 수 없는 이유다. 장비 추가, 환경 보완 등 관측의 연속성을 훼손하지는 않되 기상을 보다 정확하게 잴 방법이 없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