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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선승구전(先勝求戰) /박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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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7-21 19:55:2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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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구전(先勝求戰) 수사불패(雖死不敗)’. 이순신 장군 하면 떠오르는 글 중 하나이다. ‘승리할 준비를 해두고 전투에 임하니 비록 죽을 수는 있으나 패배는 없다’는 말이다.

준비 없는 승리는 없다. 준비의 첫걸음은 정보수집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월한 무기체계를 마련하고 운용기술을 병사들이 숙지하도록 하며 병법을 검토하며, 전투 훈련을 수행하고 군수지원기반을 구축한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정신 전력과 군기 확립, 지휘관의 솔선수범과 합당한 전략전술을 갖추고, 전투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소와 때를 선택한다. 그리고 전투력을 집중한다.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23전 23승 했다. 준비하고 또 준비한 치열하고 처절한 과정을 통해 얻어낸 결과이다. 전투를 승리로 마무리한 뒤에도 자신의 공로를 앞세우거나 전과를 자랑하지 않았다. 적의 수급을 확보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전열이 흐트러지게 하지도 않았다. 소탐(小貪)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하였다.

조선 산업의 주도권은 영국이 한 세기를 장악했다가, 20세기 중반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일본도 조선 산업의 주도권을 무려 반세기를 누렸다. 한국은 2000년에 조선 일등국이 된다. 2010년에는 중국이 선두로 나섰지만, 현재는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의 3강이 세계의 조선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마다 경기순환의 주기가 있다. 조선 산업은 35년, 17년, 6년의 주기로 변동해 왔다.

제품의 수명과 환경의 변화 등 요소를 고려한다면, 17년을 기본 진폭으로 5년 또는 6년의 주기로 조선 산업의 경기가 변동하니, 최소한 6년의 실행계획을 가지고 17년을 내다봐야 한다. 조선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경기의 등락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경기의 변곡점에서 신생 경쟁 업체가 시장의 주도권을 새롭게 잡아왔듯이, 앞으로 치고 나갈 때와 움츠려 힘을 모을 때가 있다는 뜻이다.

조선업은 문턱이 높다. 대략 ‘10억 달러, 1만 명, 수주 잔고 2년’의 영업력과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문턱을 넘었다고 지속적인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기술과 운영의 우월성과 호경기로 모든 것이 잘 된다 해도 극복해야 하는 6년의 기근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이 시기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다. 수주 가뭄과 계약 취소, 인수 거부 등으로 인한 엄청난 고정비 부담과 유동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 고용 불안정으로 국책은행과 채권단의 그늘 속에서 사라지거나 명맥만 겨우 유지하게 된다.

창세기의 요셉은 파라오의 꿈을 해몽하여 7년의 대풍년과 대흉년을 예고하고 극복방안을 제안한다. 풍년에 거두는 수확의 오분의 일을 해마다 비축하는 것이다. 방안은 간단하다.

결국, 누가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창세기에 나오는 이집트의 경우, 준비의 첫 단계는 대흉년의 원인인 나일강의 범람에 대한 정보 수집이었다. 주변 나라의 사정과 인구에 관한 정보, 식량 비축량과 방법, 창고 건설과 인원 동원 계획, 법령의 제정, 집행조직 등 일련의 준비를 하였다. 파라오의 신뢰와 요셉의 준비가 이집트를 구하고 이스라엘을 구했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청정연료 전환, 스마트십 개발 등 빠른 시장 변화와 수급 조절로 회복세를 탈 것으로 기대했던 조선업이 유가 하락과 코로나19 사태로 좌초되었다.

최근 폭락했던 유가가 40달러 선을 턱걸이하고, 카타르에서 135척에 달하는 대규모 LNG운반선 발주 예약으로 한국은 그나마 최악은 면한 형국이다. 과연 불황과 기근의 외풍에 흔들리는 신세를 면할 수는 없는가?

코로나19 사태는 지구인의 삶에 대한 패러다임의 강력한 변화를 예고한다. 경제 활동의 패러다임이 가장 크게 변할 것이다. 국가는 자생력 수준을 높일 수 밖에 없고,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 상품은 자국 생산을 택할 수밖에 없다.

조선 산업은 나라의 경제 기반을 다지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간산업이며, 선박은 국가의 전략 자산이다. 자원 부국과 조선 후발국들에 대해 자국 건조 영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겐 20년 전 세계 1등 조선을 이룬 기술인력과 기자재 클러스터가 아직 살아있다.

선승구전이 가능한 핵심 무기가 있지 않은가? 누가 어떻게 하느냐이다.

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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