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제는 세계적 롤모델이 된 K-방역의 힘으로 폭발적 감염 확산은 억제하였지만 현재도 해외 유입 확진자를 중심으로 매일 3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시민사회의 위축과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에 취업자는 최근 4개월간 연속해서 감소했고 21년 만에 최대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대공황 이후 전례 없는 경기 침체 같은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

세계 경제의 축인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고 있어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는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더욱 심각한 대대공황(greater depression)에 빠져 이후 10년짜리 경기불황이 올 것이다”는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러나, 계속해서 비관론에 휩싸여 있을 수만은 없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22일,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K-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K-뉴딜은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량 실업으로부터 ‘구제’, 대공황 직전 수준으로 경제 ‘회복’, 사회 불균형과 시장 시스템 모순의 ‘개혁’을 종합적으로 추진했던 ‘뉴딜정책’에 버금가는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의 새로운 전환을 촉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K-뉴딜은 ‘안전망 강화’를 통해 경제주체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강력한 추진을 통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정상 성장 경로로 회복하고자 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19로 이제는 일상화되어버린 온라인과 비대면 접촉을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촉진·확산시키기 위한 요소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중 대규모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구축을 통해 디지털 경제의 기반을 확보하고, 39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데이터 댐’은 1930년대 미국이 시행한 뉴딜 정책 중 일자리 확보의 핵심 정책이었던 ‘테네시강 유역 종합개발’을 연상시킨다.

또한 그린 뉴딜은 에너지 절약과 환경 개선,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인프라의 구축을 통해 우리의 경제·산업구조를 저탄소·친환경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그 가운데서 기존 산업단지를 디지털 기반의 고생산성·친환경 제조 공간으로 바꾸는 ‘스마트 그린 산단’은 제조업의 구조 전환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뉴딜 정책의 ‘산업부흥법’과 비교할 수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뉴딜 정책과 K-뉴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과학기술의 접목 여부라고 생각한다. 미국 뉴딜 정책 가운데 테네시강 개발은 대규모 재정 투자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고 노동력을 가진 누구나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K-뉴딜의 데이터 댐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ICT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에게는 다른 세상의 일자리일뿐이다. 데이터 댐 말고 다른 대표 과제 역시 미완성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많아 과학기술 역량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이다.

아마도 정부는 K-방역 등으로 증명한 우리나라의 기술 개발 역량을 믿고, K-뉴딜 정책을 만들었으리라.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역량은 수도권과 대전에 집적되어 있다. 현재 상태 그대로라면 그 외 지방은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2025년까지 114조 원의 국비를 포함해 총 16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19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K-뉴딜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전환 정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모든 지역이 함께하지 못하면 양극화만 가중 시킬 것이다.

꼭 성공해야 하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면 지역의 기술 개발 역량 강화를 통해 모든 지역을 K-뉴딜의 주체로 만들어내는 지역 과학기술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김병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