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GB) 해제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그린벨트라 충격이 더하다.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 끝에 한목소리를 내니 청와대가 거들고 나섰다. 집값을 잡기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다. 겨우 ‘그린벨트 해제 검토’ 단계지만 벌써 ‘해제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당 정치인이 앞다퉈 반대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내일 청와대 앞에서 그린벨트 해제 검토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한다.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에서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 및 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 택지 발굴, 공공 재개발 및 재건축 추진 등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묶어두고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다는 지적 등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까지 추가했다.
반대의 논지는 이렇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집값 안정보다 서울과 수도권 집중을 심화하고 도시 환경 악화를 가중한다. 무엇보다 국토 균형발전에 역행한다’. 그린벨트가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될 순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부동산 대책 실패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 놓아야 할 보물’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가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직후 나온 그린벨트 해제론이라 더욱 공교롭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뭉텅이로 풀려고 하지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심으며 어렵게 그린벨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프리카 ‘그린벨트 운동’의 선구자 왕가리 마타이(1940~2011)가 그 중심이다. 심각한 벌목으로 황폐한 땅에서 땔감과 식수를 얻고자 매일 수십 ㎞를 걸어야 하는 조국 케냐의 여성들을 위해 나무 심기에 나섰다. 1977년 그린벨트 운동이 그렇게 시작됐다. 가난한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개발로 훼손되는 아프리카를 녹화하자는 취지다. 잘 키운 나무 한 그루에 사례금 3센트를 주고 공동체를 형성해 여성들을 교육했다. 이 운동은 1986년부터 케냐를 넘어 탄자니아 우간다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지며 수천만 그루 나무를 심었다.
동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박사인 마타이는 이 공로로 200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아프리카 출신 첫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환경 분야에 주어진 첫 노벨평화상이기도 하다. 노벨상위원회는 “마타이가 추진한 아프리카 환경보존 전략이야말로 인간의 평화적인 삶 영위에 있어 생태적으로 근간을 이루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마타이는 개발 일변도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의 전면에 나섰다. 1989년 ‘우후루 공원’ 매각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결국 2002년 케냐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독재권력에 종지부를 찍었다. 마타이는 환경이 현재와 미래세대에게 주는 혜택을 이해하는 정부를 원했고, 국민과 함께 이를 실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7·10’ 대책까지 22회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 원대를 돌파했다. 매년 1억 원씩 올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부동산 정책이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했으나 새 대책은 그 말이 사실과 다름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 그것도 강남 집값을 잡자며 쏟아낸 정책은 결과적으로 서울 뿐만 아니라 온 나라 집값을 끌어올렸다. 이젠 그린벨트까지 손 대겠다니 국민의 수인한계를 넘었다. 정부 말만 믿고 집에는 신경 쓰지 말자는 사람만 바보가 된 셈이다. 오히려 정부 말을 반대로 실행한 사람만 불로소득을 올리니 하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면 부동산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국토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강남 집값을 봐야지 강남에만 매몰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런 정책 변화의 상징은 인사다. 부동산 정책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이 순리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내 집을 마련하려면 30~40년을 모아도 될까 말까 한, 그래서 젊은이를 영원한 ‘하우스리스’로 만들고, 서울 집값이 뛰니 부산은 물론 전국 집값이 따라서 뛰는 이 비극적인 현상을 막아야 한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 집값 안정은커녕 서울 집중을 더욱 부채질할 게 뻔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은 헛구호였나. 공공기관 2차 이전에 속도를 내고,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푸는 관점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을 소유가 아니라 거주 개념으로 전환하자. 임대 아파트를 민간 아파트 수준으로 고급화하고 그 아파트를 취미와 여가 공유의 공동체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지도자가 발휘해야 할 진정한 용기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