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 이동과 향후 인구 전망’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인구 유출과 저출산 현상으로  50년 뒤인 2070년에는 부산의 인구가 현재 334만 명에서 42.2%가 줄어든 193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출산 통계도 암울하다. 지난해 부산지역 합계출산율은 0.83명까지 추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가 0.9명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사회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2.1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저출산은 ‘예고된 재앙’이다.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다. 바늘구멍같이 좁은 취업문과 날로 치솟는 주택 가격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본다.

최근 수도권은 물론 부산의 부동산 시장은 ‘광기’에 가까운 과열 현상을 보인다. 지역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입주권은 다음 달 시행되는 정부의 분양권 전매 제한 소식에 최근 수억 원이 올랐다. 유명 브랜드의 신축 아파트는 분양가만큼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한다. 분양가가 5억 원이라면 분양권은 10억 원이 됐다는 이야기다. 일부 매도 호가가 그런 것인지, 전반적인 시세가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과열 양상임은 분명하다.

부산지역의 부동산 과열 현상은 역사적인 저금리와 정부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촉발된 수도권 자금의 유입, 지역주민의 추격 매수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위 ‘전세버스 싹쓸이’로 대변되는 수도권의 유동자금은 지역사회를 왜곡할 가능성은 크다.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구) 지역의 청약조정대상 규제가 풀리기 직전 서울 등 외지 사람들이 와서 아파트를 묻지도 않고 사들였다”면서 “이들은 ‘3년 뒤 2배 가격을 본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전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곱빼기 마진’은 결국 부산시민과 청년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인구가 팽창하는 시기에 부동산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인구가 급감하는 지금도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먹고 살기도 힘든 청년세대가 기성세대가 깔아 놓은 ‘부동산 판’에서 그들이 원하는 가격에 집을 사줄 여력이나 있을까.

급증하는 복지 비용 역시 청년 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이다. 지난해 세금과 각종 강제성 연금, 사회보험료 부담액 등을 합한 국민 부담액은 사상 처음으로 1인당 1000만 원을 돌파했다.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청년 세대의 국민 부담액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이 때문에 청년 세대가 다가올 미래에 기성세대에 대한 사회적 부양 의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야생의 세계에서 동물은 먹이 부족 등 서식 환경이 위협받으면 되도록 많은 번식을 통해 종을 이어가려는 본능을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반대다. 번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존 확률을 높인다. 저출산 현상은 삶의 기본 조건마저 위협받는 청년세대의 생존 본능과 ‘미필적 고의’의 출산 포기까지 투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경고장’이자 ‘복수의 서약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지난 10일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하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있다. 또 평범한 서민이 재테크 방법으로 부동산을 택한 것이 뭐가 그리 잘못됐냐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와 투기가 혼재된 데다, 경제 주체의 이기심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실수요자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올 들어 부산지역에는 신설 법인이 크게 늘었는데, 이 중 부동산 ‘꼼수 법인’이 급증했다. 상당수가 부동산 절세를 위한 재테크용 법인으로 보인다. 이들도 과연 ‘선량한 실수요자’의 범주에 포함되는지는 반문해 볼 일이다.

윤정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