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벌금 미납으로 부산의 감옥에 수감된 한 청년이 숨졌다. 공황장애를 앓던 청년이 벨을 누르자 교도관은 ‘난동’으로 알고 장시간 가두는 바람에 비극이 발생했다. 언론과 인권단체는 보호장비 남용과 교도관의 잘못된 행위에 의료진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 |  |
| 그림 서상균
|
우리나라 국립 감옥에선 과거에도 이런 일이 수시로 발생했다. 지난 6월과 2016년 각각 포항과 부산의 감옥에서 수감자가 사망했을 때도 다양한 원인 분석과 대안이 제시됐으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국내 민영교도소에서는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다. 민영교도소의 재범률은 5% 미만으로 국립감옥의 재범률 30%와 큰 차이가 난다. 이유가 뭘까.
공황장애 청년 사건의 키워드는 ▷벌금 미납과 노역장 ▷교정 업무를 독점하는 관료 시스템 ▷국립감옥 ▷의료진의 부족이다. 우선 법원은 질병을 가진 가난한 벌금 미납자에 대해 벌금형 집행유예제도를 확대하고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특례법 요건도 대폭 완화해 ‘탈구금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역장 유치제 역시 일제의 잔재로 교육형주의에 어긋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노역을 하지 않아도 구금기간이 지나면 출소하므로 유치의 실효성도 없다. 벌금 미납자가 출퇴근 하면서 일하게 하는 ‘민영형 노역장’을 도입하거나 감옥에서 노역해도 장애인·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는 주간 환형처분이 되도록 예외조항을 두면 벌금형의 위하력(일반인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보고 위협을 가해 범죄를 예방하려는 힘)도 유지하면서 교도소 과밀수용도 막을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교정 인력 선발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장애를 호소하고 벨을 누르는 행위를 ‘쇼’로 보는 보안적인 감시가 만연된 구조에서는 훌륭한 법령이 있어도 소용 없기 때문이다. 공황장애 환자를 독방에 넣으면 구금 반응이 심해 증상이 극대화된다는 심리지식만 있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는 조선의 인본적인 옥(獄)을 수직적 경찰조직인 감옥으로 바꾸었다. 간수도 국어·국사와 같은 소양 과목 시험으로 선발했다. 현재도 명칭만 교도소로 바뀌었을 뿐 교도관 채용제도나 조직문화는 일제시대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절차와 조직계통에 대한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경찰식 관료제는 재범률을 낮추는 ‘교정’에 적절치 않은데도 여전히 작동 중이다.
대책은 감옥의 실질적 폐지이다. 그 방향은 우선 통제적 교정관료제 완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교도소 명칭도 ‘사회복귀센터’로 바꾸고 교도관 임용시험은 일반 관료 선발과는 달리 하자. 교정과 무관한 시험과목은 폐지하고 교정에 대한 전문성과 교화에 강한 동기를 가진 사람이 입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얘기다. 교도소장도 성직자나 민간 전문가에게 개방해야 한다. 종교 교도소를 확대해 국립감옥과 경쟁시키는 동시에 교화와 의료 부문은 민간이 맡는 제3섹터형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도소 의료진이 부족한 이유는 지원자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채용공고를 내도 거의 지원이 없다. 정신질환자가 많이 수용된 교도소에 정신과 의사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의료진 역시 수감자의 질병 히스토리에 기초해 진료하는 ‘인문 의료’를 수행해야 한다.
의료진의 양적 확대 대책도 고민하자. 외국 의료면허를 가진 한국인이나 외국인이 국내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의료법 조항을 개정하면 어떨까. 이는 국내 의사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 교정의무관 장학생에 선발된 의대생은 졸업 이후 최소 10년간 교정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거나 교정의료학과를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원격의료를 교정기관에 우선 도입하는 것도 정책 의제화해야 한다.
이제는 일제 강점기에 도입된 ▷보안지상적인 국립감옥 문화 ▷절차만 우선시하는 교정관료제를 되돌아볼 때가 됐다. 교화를 통해 사람을 되살리는 교도소가 아니라 통제와 감시에 중점을 둔 감옥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나무가 아니라 숲(사건의 구조적 키워드)을 보고 적절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그런데 감옥은 철창 안에만 있지 않다. 최근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비극적 사건에서 보듯이 감옥은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어 도처에서 교묘하고 은밀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천정환 동서대 경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