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의 추억’이 남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다. 영화관 앞에서 구워 파는 오징어, 속초·설악산 수학여행 때 꼭 사야 했던 마른 오징어, 시장에서 맛보는 오징어무침, 오징어젓갈·순대·튀김, 중국 요리 재료…. 참 많은 형태로 즐겨 먹었다. 학교 급식 수산물에서도 항상 선호도 상위에 위치하는 오징어는 정말 대중적인 수산물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오징어는 살오징어, 화살오징어 정도다. 살오징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오징어’라고 하는 그 오징어다. 생물·냉동·마른 오징어, 젓갈로 소비된다. 화살오징어는 다리가 한치(3㎝) 정도로 짧다 하여 ‘한치’로 불리고, 주로 한치회나 무침으로 소비된다.
오징어는 수심 100m 정도 깊은 곳에 살지만, 밤이 되면 슬금슬금 수면으로 올라오는 습성이 있고 특히 불빛을 좋아한다. 오징어 채낚기 어선을 보면 불빛을 훤하게 밝힌 일명 집어등을 켜고 오징어가 모이기를 기다려 대략 30m 이내로 올라오면 잡는다. 채낚기에 잡힌 오징어는 적에게서 공격받는 줄 알고 먹물을 뿜는데, 이처럼 먹물을 갖고 있어 오징어를 ‘묵어’라고도 했다. 예전엔 오징어 먹물을 버렸는데 지금은 멜라닌 색소로 된 먹물에 항암 효과가 있다 하여 이를 활용한 오징어 먹물 라면·스파케티·빵·과자 등에 다양하게 활용한다.
오징어는 7월에서 11월 사이 잡히는 국내 오징어와 3월에서 8월 사이 생산되는 원양 오징어가 거의 반반 정도로 공급되는 구조다. 따라서 둘 중 하나만이라도 공급이 불안정하면 오징어 가격이 치솟는다. 오징어가 언제부터인지 ‘금징어’로 불릴 정도로 귀한 수산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중국집 짬뽕에서 오징어가 사라지는 일도 생긴다.
주요 원인으로 연근해 어장인 동해에서 중국 어선이 대거 불법어업을 하고, 우리나라 오징어 채낚기어선과 대형어선의 불법적 공조 조업이 겹치면서 자원이 고갈된 것이 꼽힌다. 이에 따라 국내산 오징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대체하는 남미 해역의 원양 오징어 생산량 불안정이 가중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올해는 우선 국내 오징어 생산량이 시즌 시작부터 증가했다. 그래서 생산지 오징어 가격이 예년보다 상당히 하락해, 동해안 오징어값도 지난해의 반값까지 떨어지고 소비자는 오징어가 저렴한 대중 수산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마트나 시장에서 접하는 오징어 가격은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싸지는 않아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국내 오징어 가운데 곧장 소비지에게 운송되는 당일 유통 소비 물량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공급이 부족할 때를 대비하거나, 오징어 젓갈, 건오징어 등으로 가공하고자 냉동 비축된다.
그렇다 보니 당일 저렴한 산지 가격이 반영된 오징어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포클랜드 등 원양 오징어 생산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국내외 선원 공급 차질, 선박 검역, 입항 하역 금지 등에 따른 생산 문제도 심각하게 우려된다.
빨리 부패하는 오징어를 비롯한 수산물의 경제학은 짧은 생산 기간의 수요·공급뿐 아니라 자원과 어장, 선원, 운송 물류 등 생산 지원 상황에 크게 영향받는다.
부패성을 극복하는 냉동 동결 보관에서 부산은 세계 최고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부산은 국내·원양·수입 수산물 등 연간 600만t을 공급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지다. 이는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60㎏으로, 세계 1위인 우리나라 국민에게 2년 정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며 수많은 업체가 관계한다.
오징어 경제학, 더 나아가 수산물의 경제학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위생적이면서도 안정된 공급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해 어시장과 도매시장을 건립하고 외국 어선의 수산물 반입에도 법적으로 관여한다.
다양한 수산물이 국민에게 무사히 공급되고 산업이 유지되려면, 시장경제에만 맡겨두기보다 업계·지자체·정부가 긴장하고 현장을 살펴야 한다. ‘오징어 경제’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국민이 받으며 일차적 책임은 업계, 이차적 책임은 이를 관리·감독하는 지자체와 정부에 있을 것이다.
부산 수산업은 외국 어선과 어선원 관리, 안전한 수산물 공급, 시장현대화 등으로 중대한 국면에 있다. 하지만 이를 책임지고 대응책을 만들어 가야 할 주체들이 잘 보이지 않고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 하루빨리 그런 주체들의 ‘얼굴이 보이는’ 수산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영수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