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청주와 반포 사이

노영민 실장 다주택 처분, 똘똘한 한 채 위력만 확인

정부 새 대책 내놓았지만 수도권 집중 해결 없이는 근본적 대책 되기 어려워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이 이런 문제로 폭풍의 중심에 설 줄 짐작이나 했을까. 청주와 반포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결국 보유한 아파트 두 채 모두를 처분하는 신세가 됐다. 다주택 고위공직자의 모범을 보이려 했다가 꼼수라는 소리만 듣고, 들끓는 여론에 기름만 끼얹은 꼴이다. 대통령 최측근이 이처럼 부동산 문제로 만신창이가 됐으니, 정부의 어떤 정책도 약발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가 지난 10일 서둘러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이미 거세게 타오른 분노의 불길을 잠재우긴 어려울 듯하다. 거기에다 노 실장 사례는 되레 ‘똘똘한 한 채’의 위력만 새삼 확인시켰으니, 누구더러 정부 정책을 믿어달라 하겠나.

역설적이게도 노 실장이 두 아파트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절세의 ‘비법’까지 드러났다. 반포→청주 순이 아니라, 청주→반포 순으로 매각하면서 양도세를 아꼈다는 부분이다. 노 실장이 의도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하긴 다주택자 입장에서야 ‘비법’이랄 것까지도 없을 터이다. 이 정도 ‘상식’도 모르고 다주택자가 되긴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나 알량한 소형아파트조차 가지지 못한 무주택자들로선 분노를 넘어 절망감이 밀려올 만하다. 어디 한 번 집을 가져봤어야 절세든 뭐든 해볼 게 아닌가. 무주택 서민은 이처럼 그들만의 리그에서 더욱 소외되면서 절망할 힘마저 잃어가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 집을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거기에 더해 지난 10일엔 이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다주택 종부세율 등 세 부담을 높이는 게 골자다. 정부여당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불안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지 싶다. 여태껏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빠짐 없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분노와 불신이 팽배한 시장에선 정부가 대책을 낼 때가 오히려 호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세금 폭탄’이라는 야당 공세야 그렇다 쳐도 이미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된 마당이다.

기시감도 크다. 노무현 정부의 발목을 잡은 부동산 대책이 떠올라서다. 노 정부 역시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확대 등 다양한 투기 억제책을 쏟아냈지만, 임기 내내 부동산 가격 불안이 이어졌고 끝내 민심이 돌아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현 정부는 임기 초부터 줄곧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렇게 나온 게 22차례나 되는 대책이지만, 점점 당시를 닮아가고 있으니 그 위기감을 짐작할 만하다.

야당에선 국토부 장관 경질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들도 알고 정부도 안다. 장관 한 명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는 다층적이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물론 최근 부동산 문제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몰린 탓이 크다. 그러나 이 또한 기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일 뿐, 본질적 원인은 아니다. 정부가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용수철처럼 집값이 더 튀어 오르는 기형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해결은 요원하다. 원인은 다른 데 있는데 대증요법만 남발해봐야 ‘똘똘한 한 채’의 위력만 강화시킬 뿐이다.

노무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 정부가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내놓은 정책마다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그나마 노 정부 때는 국가균형발전의 씨앗이라도 뿌렸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집값 상승률이 주춤해진 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노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결실이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등한시하면서 2014년 이후 수도권 집값은 다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노 정부의 계승자인 문 정부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임기 초부터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문제는 말과 달리 현실은 거꾸로 갔다는 점이다. 노 정부가 뿌린 씨앗을 정성껏 보살피고 거두기는커녕 아예 고사시키고 있는 지경이다.

청주와 반포 아파트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노 실장의 처신은 분명히 옳지 못하다. 그러나 그에게 비난을 퍼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최측근마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탓해야 한다. 현 정부 또한 그 해답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것을 쓸어 담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답이다. 다만 현 정부가 그 해법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인구 절반 이상이 몰린 수도권 표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도 있겠지만 멀리 내다보지 못한 단견이다. 대한민국은 똘똘한 반포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청주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김원중, 소아암 환아 돕기 기부
  2. 2로버트 메이플소프·박찬욱 사진 부산서 만난다
  3. 3100조 담은 개미, 최애株는 삼성전자
  4. 4바이든 집권 첫 10일 ‘트럼프 정책’ 지우기 집중
  5. 5중국, 자국산 백신 외교로 동남아 환심 산다
  6. 6삼국유사와 21세기 한국학 <21> 박제된 우아함, 발랄한 비속함
  7. 7내고장 비즈니스 <2> 사천 항공산업
  8. 8최지만, 탬파베이와 연봉 협상 실패…조정 신청
  9. 9[서상균 그림창] 고GO? 노NO?
  10. 10[도청도설] 6 대 28
  1. 1보좌진·정치인 아내·시의원…여당 후보들의 물밑 지원군
  2. 2박인영 “역전극이 재미있지 않겠나” 18일 출마 선언
  3. 3박민식·유재중·이진복 단일화 만지작…야당 경선판 흔들까
  4. 4야당 여론조사서 지지정당 안 묻기로…“여당 지지층 역선택 방조” 당내 반발
  5. 5문대통령 18일 신년 회견…사면·부동산 언급 주목
  6. 6올 설도 농축수산 선물 20만 원까지 가능
  7. 7영국, 6월 G7 정상회의에 한국 공식 초청
  8. 8전직 대통령 사면 여부 두고 여야 대립…문 대통령 18일 기자회견 주목
  9. 9정총리, 20대 커플 결혼식서 ‘깜짝 주례’
  10. 10‘자원봉사자 가족 확진’ 이진복 예비후보 캠프 하루 만에 정상 운영
  1. 1 사천 항공산업
  2. 2한국은행, 금리 연 0.5%로 동결
  3. 3 중진공 특허담보대출 최대 30억
  4. 4100조 담은 개미, 최애株는 삼성전자
  5. 5한국거래소, 상장사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제정
  6. 6 SNS거래 소비자 피해 3960건
  7. 7부산은행 “고객 중심 디지로그 뱅크 구현”
  8. 8“BNK금융 올 순익 늘어 5790억 달할 듯”
  9. 9 오토닉스 상반기 정기채용
  10. 10창업서 성장까지 기업지원 도우미…수출 개척 역할도
  1. 1 교육감 “재해처벌법 학교장 빼달라” 노동계 “시대착오적”
  2. 2창원, 동읍·북면 투기과열지구 해제 건의
  3. 3실형이냐, 집유냐…이재용 운명의 날
  4. 4 이욱기 BK컴퍼니 대표
  5. 5양산 예술인촌, 사업승인 못 받아 활성화 하세월
  6. 6“상권 너무 집착말라, 거만함도 경계하라”
  7. 7김해·밀양 시설농 한파·보험 외면 ‘울상’
  8. 8하동군 두우레저단지, 이달 사업시행자 지정
  9. 9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18일
  10. 10카페서도 9시까지 차마실 수 있지만 5명 이상은 안돼
  1. 1롯데 김원중, 소아암 환아 돕기 기부
  2. 2최지만, 탬파베이와 연봉 협상 실패…조정 신청
  3. 3‘붕대투혼’ 양홍석 10호 더블더블…토종 해결사 봤지
  4. 4아이파크, 수비수 김승우 임대로 영입
  5. 5재미교포 케빈 나, 2타 차 공동 2위
  6. 6네팔 등반팀 10명…겨울철 K2봉 첫 등정 성공
  7. 7배드민턴 태국오픈 결승 좌절…동메달 5개로 유종의 미 거둬
  8. 8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 세계랭킹 5위 꺾고 에이스로 급부상
  9. 9
  10. 10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건강이 최고다 /이상주
포스트 코로나시대 탄소중립국가로 /김병철
기자수첩 [전체보기]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야구장 공약, 이번에는 ‘쫌’ /권용휘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6 대 28
방어진과 UFEZ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불로초 감귤
북어보푸라기
사설 [전체보기]
거리두기 2주 연장…확실한 감소 변곡점 만들자
대통령 신년회견, 국정 비전 제시 소통의 장 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코로나 봉쇄령 속에 맞은 연말연시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