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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측은지심과 책임이 사라져가는 사회 /정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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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7-13 19:03:0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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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간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인 사단(四端), 즉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단서 중 ‘인(仁)’에서 나오는 ‘다른 이의 불행을 남의 일 같이 여기지 않는 착한 마음’이다.

맹자는 인간 사이를 잇는 마음, 즉 사랑이라고 할 그 마음이 바로 측은지심인 ‘동정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정심을 가지면서 타인의 느낌을 공감하며 그럼으로써 자신을 보살피고 가족을 돌보듯 타인을 보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동물이 사람과 다른 것은 동물에게는 이러한 사단이 없이 주로 먹고 번식하고자 하는 식(食)·색(色)의 본성만으로 행동한다고 맹자는 보았다.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하며, 맹자의 말과는 달리 동물에게도 새끼를 위해 희생하는 등 최소한의 측은지심이 있다고 믿는다.

회사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옮긴 뒤부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전철역까지 보통 걸음으로 5분쯤 걸리지만, 동네 공원에 캣맘이 만들어 놓은 길고양이 급식소에 문제는 안 생겼는지, 며칠 안 보이는 아기 길냥이인 점박이, 꼬리가 짧은 꼬막이가 혹시 밥 먹으러 왔는지 소소한 궁금증으로 천천히 둘러보며 걷다 보면 15분이 더 걸린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또 하나의 소소한 이유다.

최근 공원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진 뒤 공원 한쪽에 ‘길고양이를 학대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공원 옆 빌라 건물 주인이 길고양이 탓에 동네가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로 몰래 급식소를 부숴버렸다는 제보를 받고, 캣맘의 요청으로 시청에서 설치해 놓은 것이다.

캣맘들은 극성맞은 별종의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동네 길냥이 급식소에 먹을 것을 채워 놓아야만 마음 편하게 자신의 가족과 밥을 먹을 수 있고, 직장에 출근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가끔 내가 힘을 보탤 곳이 없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봐도 그분들은 수줍게 “괜찮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조용히 웃으며 말하곤 부지런히 급식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자신이 공장에 다니며 힘들게 번 돈의 일부를 뚝 떼어 사료를 사고 물을 사서 궂은 날씨에도 아침저녁으로 그렇게 한다.

공원 길고양이 급식소 맞은편 나무 아래 비에 젖은 비둘기 몇 마리가 웅크린 곳에는 ‘동네가 더러워지니 유해조수인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합니다’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주민 민원으로 주민센터가 설치했다. 똑같은 길 위의 동물인데, 고양이에겐 먹이를 줘도 되고 비둘기에겐 안 된다고 한다. 비둘기가 글을 읽고 사고하는 지능이 있다면 참으로 슬퍼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집을 지키는 용도로 개를 마당에 묶어놓고 사람이 먹고 남은 잔반을 먹이던 시대에서, 개에게 몇만 원 하는 간식을 먹이고 사회성 함양을 위해 유치원에 보내는 시대로 변하는데, 이는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교감과 반려의 대상으로 개나 고양이를 택하여 가족으로 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어찌 보면 필수 불가결한 사회현상이다.

그렇게 스스로 택해 집에 들이고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키우느라 정도 들었을 생명을 위한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거나 문제행동을 한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몰래 길에 내다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선택권 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반려동물로서는 참으로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이다. 최소한의 측은지심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문제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도록 그들 습성과 행동을 이해하고, 생활규칙을 훈련할 지식을 배우고자 노력하는 ‘책임’을 끝까지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반려동물과 달리 논리적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닐 태도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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