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포르노(Food Porno)를 아십니까? 이 용어는 1984년 영국의 저널리스트 로잘린 카워드가 ‘여성의 욕망’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푸드 포르노란 음식의 비주얼을 극도로 강조해 식욕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일컫는 말로 사진, 그림, 동영상이 해당됩니다. 푸드와 포르노. 생뚱맞고 민망한 단어의 조합입니다.

포르노는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의 준말로 성매매 여성(Pornoi)과 그림(Grapos)에 어원을 둔 그리스 합성어입니다. 성적 자극과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양식을 의미하던 포르노가 현대에는 접미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치 포르노(정치적 사건을 단순 갈등 구조로 만들어 자극적 스캔들에 집착), 빈곤 포르노(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더 많은 기부를 조장), 불행 포르노(작품 속 캐릭터에게 불행과 학대를 반복하는 자극적 연출로 보는 이에게 동정심과 우울감을 과하게 불러일으킴)가 있습니다.

푸드 포르노는 일명 ‘먹방’과 ‘쿡방’입니다. 먹는 방송과 요리하는 방송이지요. ‘냉장고를 부탁해’ ‘삼시 세끼’의 예능과 ‘심야 식당’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영화가 떠오릅니다. 유튜브의 먹방, 쿡방은 너무 다양하고 광범위해 추려내기조차 어렵습니다. 우리는 24시간 먹방, 쿡방에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특히 유튜브의 먹방·쿡방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자극해 보는 맛에 듣는 맛까지 최대치로 끌어올립니다. ASMR은 주로 청각을 중심으로 시각 촉각 후각에 반응해 나타나는데 심리적인 안정과 집중에 도움을 주는 자극입니다. 백색 소음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푸드 포르노에 집착할까요? 인간에게 성욕과 식욕은 본성에 바탕을 둔 기본적 욕구입니다. 경제적 부담이나 형편상 먹지 못하는 요리를 해 보이는 쿡방과 맛있는 음식을 대신 먹어주는 먹방은 정서적 허기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줍니다. 직접 재료를 다듬고 조리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쉽지 않지요. 현대인이 핵가족 중심의 개인주의 사회에 살기 때문이라고 짐작합니다.

농경시대의 삼시 세끼, 한 상 문화는 어려워졌으며 직업과 생활 패턴 다양화로 한집에 사는 가족도 밥 한 끼 같이 먹기 힘들어졌습니다. 1인 생활자 증가로 정크푸드나 배달 음식을 선호하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DNA에는 둘러앉아 함께 먹던 때의 충만함과 즐거움이 화석처럼 남아 있기에 우리는 먹방·쿡방에 집착하게 된 건 아닐까요.

홀로 앉은 테이블에서 먹방 채널을 열어 함께 먹는 듯한 기분을 내는 것이지요.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화면 속 셰프가 도마질을 하고 지글지글 볶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오감이 충족됩니다. 비록 그 음식은 홀로그램처럼 사라지겠지만, 위로와 진정의 힘은 강합니다. 결국 우리가 푸드 포르노에 빠져드는 것은 너무 외롭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도 먹고 살 수 있도록 진화했지만, 같이 먹는 밥-축제 음식-에 대한 원시적 욕망은 미처 퇴화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먹방과 쿡방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금의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많은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는 푸드 포르노 중독 현상을 염려합니다. 예쁘고 잘생긴 유명인이 맛있게 먹는 먹방을 보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저렇게 먹으면 나도 예뻐지고 행복해지겠지’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먹방과 쿡방은 그저 먹는다는 행위와 감각에 치중함으로써 생존 욕구를 단순 욕망으로 변질시키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먹방과 쿡방을 보고 난 뒤 폭식으로 이어져 당뇨, 비만 같은 성인병 발병 확률도 높여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외로운 중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쿡방을 보았다면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화면 속 먹방 파트너 대신 가족이나 친구와의 밥 약속을 잡아 보는 것도 좋겠네요. 무얼 만들어 누구와 함께 먹어 볼까요. 진짜 먹방, 쿡방에 도전해 보세요.

강이라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