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도전해서 잃는 게 있더라도 /김재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7-09 18:58:26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삼십대 초반부터 전원생활을 꿈꾸며 살았다. 내 집은커녕 전셋집을 전전하던 시절이었다. 겨우 콧구멍만 한 내 집을 장만하고 세 아이를 키우느라 전원생활에 대한 꿈은 저 멀리 별빛 속에 묻어 두고 살았다.

그렇게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다가 5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아담한 시골집을 마련했다. 몇십 년을 근검절약하고 살아온 덕분이었다. 시골집이 있는 곳은 대낮에도 노루가 나온다는 밀양 노루실 마을이었다. 시골집을 사고 나니 마음이 바빠졌다. 하루라도 빨리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서 좀이 쑤셨다.

그 무렵, 해운대에서 학생이 100명이나 오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는지 큰 고민하지 않고 옮기기로 했다. 해운대에서 밀양까지는 89킬로미터나 되어 출퇴근은 무리였다. 기차를 타고 다닌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기차역을 찾다보니 화명동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는 큰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마 반대를 했더라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원생활을 해볼 거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던 참이라 그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테니까.

결국 화명동에서 밀양까지 출퇴근을 하게 되었고, 낯선 동네에서 학원을 새로 열어 학생을 한 명부터 모으기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나도 30명이 넘지 않았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면 허겁지겁 달려가서 기차를 타야 했고, 밀양역 앞에 대어 놓은 차를 타고 시골집으로 들어가면 밤 8시가 넘었다. 그때서야 밥과 반찬을 해서 혼자 먹었다. 저녁 먹고 설거지한 다음에 방 청소까지 하고 나면 잠이 쏟아져서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삶이기 망정이지 남이 시켜서 했다면 펄쩍 뛰었을 것이다. 어떤 때는 나 자신도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정원과 텃밭을 한 바퀴 돌아보면 참 행복했다. 싱그러운 공기 속에서 철 따라 피고 지는 꽃을 보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출근할 시간이 되면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와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저녁이 되면 시골로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그 생활은 5년을 조금 넘기고 끝이 났다. 세 아이를 대학 보내느라 모아 놓은 돈을 다 쓰는 바람에 시골집을 팔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도 하고 싶던 전원생활이 그 정도로 끝나는가 보다 했다. 하지만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았다. 시골집 판 돈의 일부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다가 부산시 변두리에 작은 텃밭을 장만했다. 나 혼자라면 벌써 두메산골로 들어갔을 것이다. 아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 끝자락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비록 시골집은 아니지만 하우스를 지어 놓고 주말마다 오가며 전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노루실에 들어갈 때는 돈키호테처럼 잘 나가던 학원을 느닷없이 접는 바람에 수입은 반에 반 토막이 나버렸지만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진돗개를 키울 수 있었고, 노루실 저수지의 아련한 물안개를 종종 보았으며, 뽕나무와 느릅나무 같은 약나무가 지천이어서 건강차를 마음대로 끓여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정원에 피어나던 이쁜 꽃들, 무공해 나물과 채소, 밀양강 둑에 촘촘하게 피어나던 달맞이꽃, 집만 나서면 좋아하는 산이 즐비하게 널려있어 입맛대로 골라가던 산길….

자신이 꿈꾸는 일에 도전을 해서 잃는 게 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해봐야 한다. 잃는 게 하나 둘이면 얻는 것은 열 스물도 넘는다. 돈을 많이 번다고 경험까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때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은 경험을 쌓았기에 지금은 한층 더 편안하게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생업에 지장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시에서는 돈이 생활의 전부지만 시골로 눈을 돌려보면 큰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아파트나 빌딩이 삶을 꼭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소쩍새 우는 호젓한 산골에서 가지나물에 오이냉국을 반찬으로 호박잎 쌈을 싸먹어도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행복은 큰것에만 깃들어 있지 않고 작은 것에도 소담스럽게 숨어 있다.

도시에서나 코로나가 근심거리지 외딴 산골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 숲에서는 필수품인 마스크가 산과 들로 나가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전원으로 어서 들어가라고 코로나가 자꾸만 등을 떠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화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자수첩] 부산경찰 내부 성범죄 ‘쉬쉬’…피해자 인권 뒤 숨지말라 /박호걸
  2. 2부산 돼지국밥집 유명 BJ 방송중 카메라에 딱 찍힌 ‘깍두기 재사용’
  3. 31명 뽑는 영화의전당 일반직, 189명 몰려 ‘바늘 구멍 뚫기’
  4. 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친문, 이재명 때리기…공멸 부른 ‘친박의 김무성 견제’ 닮아
  5. 5장인화, 부산 ‘경제수장’ 출사표…송정석과 2파전
  6. 6가덕신공항시대 글로벌 혁신의 리더 원한다
  7. 7LG메트로시티 리모델링 설계 우선협상대상자에 ‘희림’
  8. 8여성혐오 유발 안전표어…태영건설 안내판에 시민 공분
  9. 9부산 ‘관광비행 수학여행’ 본격화…위기의 항공업계 새 활로 가능성
  10. 10가덕도 SOC 공사 올스톱…주민 “생존권 보장하라”
  1. 1[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친문, 이재명 때리기…공멸 부른 ‘친박의 김무성 견제’ 닮아
  2. 2가덕신공항시대 글로벌 혁신의 리더 원한다
  3. 3[4·7 현장 '줌인'] “朴 자질 검증” 선공 날린 김영춘, “내가 할 소리” 되받아친 박형준
  4. 4여당 “LH 자체조사” 진화 나섰지만…야당 “검찰 직접 나서라”
  5. 5두 후보 “경선 경쟁자를 품어라”
  6. 6윤석열 사퇴효과? 지지율 수직 상승
  7. 7한미 방위비분담금 원칙적 합의…5년 계약 유력
  8. 8합조단 2만3000명 1차 조사…2013년 12월 거래부터 검증
  9. 9문 대통령 “LH 의혹, 검경 협력 필요한 첫 사건”
  10. 10윤석열 사퇴 전보다 대권 지지율 급상승한 여론 조사 발표
  1. 1장인화, 부산 ‘경제수장’ 출사표…송정석과 2파전
  2. 2LG메트로시티 리모델링 설계 우선협상대상자에 ‘희림’
  3. 3정부, 가덕도 신공항 건설 TF단 구성…김해공항 확장안 완전히 백지화 의미
  4. 4공동어시장 코로나19집단감염에 경매 중단
  5. 5부산 지스타 최대 2028년까지 연다…영구개최 한 발짝 더
  6. 6스마트항만 운영할 핵심 전문인력 부산서 키운다
  7. 7미국 국채 금리 오름세 지속에 외국인 2월 한국 주식 3조 순매도
  8. 8부산어시장 집단확진으로 경매 올스톱
  9. 9포스코건설·삼성물산 위험한 작업 거부권 도입
  10. 10펄쩍 뛴 밥상물가…OECD 네 번째로 많이 올랐다
  1. 1[기자수첩] 부산경찰 내부 성범죄 ‘쉬쉬’…피해자 인권 뒤 숨지말라 /박호걸
  2. 2부산 돼지국밥집 유명 BJ 방송중 카메라에 딱 찍힌 ‘깍두기 재사용’
  3. 3여성혐오 유발 안전표어…태영건설 안내판에 시민 공분
  4. 4부산 ‘관광비행 수학여행’ 본격화…위기의 항공업계 새 활로 가능성
  5. 5가덕도 SOC 공사 올스톱…주민 “생존권 보장하라”
  6. 6뒤늦게 바뀐 백신지침에…구청장 ‘솔선수범 접종’ 물거품
  7. 7배달 대행업체 오토바이 몰던 50대, 신호위반 사고로 사망
  8. 8코로나19 확진자 하루만에 다시 400명대 중반으로
  9. 9동명대 새 총장에 전호환 부산대 전 총장
  10. 10양산종합복지타운, 이용자 중심 맞춤시설로
  1. 1손흥민·케인 14골 합작…EPL 단일 시즌 신기록
  2. 2“7월 KPGA 우성 대회 꼭 우승 하겠다”
  3. 3전인지 3개 대회 연속 ‘톱10’…부진 말끔히 털어내
  4. 4또 호수 넘긴 괴물 샷…디섐보, 통산 8승 번쩍
  5. 5부산 아이파크 박정인, K리그2 2R '베스트11' 공격수로 선정
  6. 6스트레일리 완벽투·프랑코 강속구…롯데 희망 봤다
  7. 7신세계야구단 “쓱 랜더스로 불러주세요”
  8. 8허훈·양홍석 쌍포 침묵…kt, 4연승 다음 기약
  9. 9박정인·발렌티노스 ‘골 맛’…페레즈호 첫 승 신고
  10. 10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동백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안일규
MICE, ‘사회적 가치’로의 진화 /이태식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남권 메가시티 첫걸음…부산시·경남도 초정~화명 도로 협력부터 /박동필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미얀마의 ‘거세 불안’
R2P와 중국몽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가덕 난공사 아니다”는 전문업체 주장 주목한다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양국 동맹 강화 전기 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제 어떤 부동산정책을 믿겠나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신공항 특별법 여론조사, 부정응답 유도한 질문들 /강경태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