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7-07 19:37:1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초의 추상화가로 알려진 바실리 칸딘스키는 1935년 뉴욕의 한 화상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실제로 그 그림은 세계 최초의 추상화입니다. 왜냐면 당시 단 한 명의 화가도 추상화 형식의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 역사적인 그림입니다.” 편지에 언급한 그림은 그가 1911년 처음 그린 추상화였다. 그런데 그도 우리도 몰랐던 사실이 있다. 칸딘스키보다 먼저 추상화를 그린 여성 화가가 있었다는 것을.

힐마 아프 클린트, 10개의 가장 큰 그림(No.7.성인) 1907년.
스웨덴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는 스톡홀름 왕립미술원을 졸업한 전문 화가였다. 어린 여동생의 죽음 이후 영적 세계와 신비한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신지학에 빠져들었다. 1906년 클린트는 ‘원시적 혼동’이라는 제목의 첫 추상화 연작을 완성했는데, 영적 세계를 시각화한 작은 그림들이었다. 이듬해 그는 ‘10개의 가장 큰 그림’이라는 기념비적인 추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자연에서 따온 유기적 곡선과 상징, 문자와 기호로 화면을 가득 채운 추상화로,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삶의 단계를 묘사한 작품이었다. 이 그림은 그중 7번째 작품으로 성인 단계를 표현했다. 152cm 키의 작은 체구를 가진 화가는 폭 3m가 넘는 대형 그림을 바닥에 깔아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그려야 했다. 사흘 동안 쉬지 않고 그리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며 완성한 그림들이었다.

1908년 클린트는 신지학자이자 저명한 철학자였던 루돌프 슈타이너를 초대해 이 그림들을 보여줬다. 전문가의 평가를 원했지만, 돌아온 건 충격적인 충고였다. “앞으로 50년 동안 누구도 이 그림들을 봐서는 안 됩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의미였다. 낙담한 화가는 잠시 붓을 접었지만, 결국 자신만의 예술에 일생을 바쳤다. 클린트는 돈도 가족도, 비평가나 화상도 없이, 평생 시골에 은둔하며 1000점 이상 그림을 고독하게 실험하며 살았다. 1944년 81세로 세상을 떠날 땐 자신의 작품을 사후 20년 동안 공개하지 말라는 유언을 조카에게 남겼다. 슈타이너의 말처럼 당대에 이해받지 못할 그림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지만, 동시에 미래에는 인정받을 거란 믿음도 포함한 말이었다. 클린트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최근에야 활발히 진행된다. 2018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회고전 ‘미래를 위한 그림’에는 60만 명이 찾아 구겐하임 역사상 최다 관객 전시를 기록했고, 2019년엔 그의 전기 영화가 만들어졌다.

역사에서 ‘최초’는 중요하다. 최초로 이룬 자들만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클린트가 칸딘스키보다 5년 앞서 추상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서양미술사는 새로 써야 할 것 같다. 최초의 추상화가는 칸딘스키가 아닌 클린트였다고. 그림을 이젤이 아닌 바닥에 놓고 그린 혁신적 시도는 폴록보다 이 스웨덴 여성 화가가 최소 50년은 앞섰다고.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장기표류'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재추진
  2. 2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3. 3명지신도시 2단계 사업…2.4㎞ 인공수로 뚫고 산책길 조성
  4. 4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5. 5부산 강서구 행복주택 사업, 지역민 거센 반발
  6. 6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7. 720대 AZ 금지도 모르고 주사 놔준 병원…백신관리 도마 위
  8. 8부산 7만 소상공인 부담 던 ‘무료 콜체크인’
  9. 9부산대 등 10개 국립대, 학생지도비 94억 허위로 타내
  10. 10양산 명언마을 양돈단지 전원주택 탈바꿈
  1. 1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2. 2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4> 김웅
  3. 3국힘 당권 ‘영남권 중진-수도권 신진’ 대결로
  4. 4문재인 대통령, 장관 후보 3명 청문보고서 재요청
  5. 5김미애, 백신 부작용 국가가 입증하는 법안 발의
  6. 6홍준표 복당 선언에…국힘 PK 초선들 찬반 팽팽
  7. 7취임 4주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3.9%
  8. 8국힘 당권 레이스, 불 붙은 혁신경쟁
  9. 9문재인 대통령 "흠결 무안주기식 청문회" 장관후보 3인 임명강행 의지
  10. 10부산 여야정 상생협의체 구축 합의…초당적 협치 가속화
  1. 1명지신도시 2단계 사업…2.4㎞ 인공수로 뚫고 산책길 조성
  2. 2부산 7만 소상공인 부담 던 ‘무료 콜체크인’
  3. 3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7-중> 박원욱병원②
  4. 4떠오르는 사하 ‘대티역스마트W인공지능’ 특별분양
  5. 5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업비트, 또 서버 오류로 매매 지연
  6. 6해수부 석연찮은 감사 연장 비난 봇물
  7. 7스벅 ‘굿즈 이벤트’ 1회 주문 20잔으로 제한
  8. 8저공해차 구매 실적 기장도시공단 150%, 동래구 0%
  9. 9최준우 주금공 사장 “40년 청년 모기지 하반기 도입”
  10. 10자동차연구원, 미래 자동차 R&D 속속 성과
  1. 1‘장기표류'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재추진
  2. 2부산 강서구 행복주택 사업, 지역민 거센 반발
  3. 320대 AZ 금지도 모르고 주사 놔준 병원…백신관리 도마 위
  4. 4부산대 등 10개 국립대, 학생지도비 94억 허위로 타내
  5. 5양산 명언마을 양돈단지 전원주택 탈바꿈
  6. 6김해, 부울경 순환선 건설 맞춰 연계 교통망 구축 나선다
  7. 7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9> 동래구 ‘허그라운드’
  8. 8부산 남구청장 공약 ‘안심상가’, 임기 안에 달성하려 졸속 추진
  9. 9부산관광공사 등 지분 참여 가능성…시민 공모도 검토
  10. 10해상타워 줄여(6개→ 3개) 환경훼손 최소화…매출 3% 지역기부 계획도
  1. 1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2. 2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3. 3“선수 성장 집중…공격야구 펼칠 것”
  4. 4kt 허훈, 어린이 후원금·쌀 기부
  5. 5공격 본능 깨어난 아이파크…‘닥공’으로 부활하나
  6. 6멀티골 황준호, 11라운드 MVP
  7. 7웨스트브룩 ‘182번째 트리플더블’
  8. 8롯데 새 감독 래리 서튼은 누구?
  9. 9롯데, 허문회 감독 경질...후임 래리 서튼 감독
  10. 10“최강은 나야 나”…‘고교 월드컵’ 16일 개막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웅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글로벌 마이스 도시 부산을 꿈꾸며 /오흥철
한국 해운, 재건을 넘어 부활로 /김형준
기명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수에즈 단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미얀마의 봄
미·EU 백신 갈등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불법 주·정차 단속 애환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취임 한 달 박 시장, 이제부턴 과감한 실행력 보여야
지역 소상공인 오픈마켓 지원, 성공적 정착 기대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목전에 다가온 메가시티 실현 /강병중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와인어게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