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실 이동하면서도 음악을 듣고자 하는 시도는 1950년대 중반 시작되었다. 자동차에 라디오가 들어오면서 운전 중에도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1956년부터 7인치 소형 LP 레코드를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 ‘하이웨이 하이파이’를 장착했다. 운전 중 진동에도 픽업 바늘이 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었다.
1970년대에는 ‘야외전축’이라고 불렸던 휴대용 턴테이블이 판매되어 끼가 있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야외에서 ‘고고’ 춤을 추게 하였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소형 카세트테이프 재생기가 보편화되면서 탁상용·자동차용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1979년에는 소니가 ‘워크맨’을 판매하면서 본격적인 ‘모바일’ 음악 세계가 열렸다. 1984년에는 카세트테이프보다 음질이 월등히 좋은 CD를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도 등장했다. 음악 감상뿐 아니라 통화·영상 시청·인터넷 검색까지 할 수 있는 모바일 세상의 시작을 열게 된 것이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반도체인 플래시메모리에 음악을 압축·저장해 재생할 수 있는 MP3라고 불리는 혁신적인 기술을 ‘디지털캐스트’라는 우리나라 벤처 기업이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본격적인 ‘모바일’ 음악 세상을 열었다. 그러나 제품을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위 등의 복잡한 과정에 의해 세계 시장 주도권을 놓치고 말았다. 그 와중에 미국 애플은 저작권을 보장하는 음악 공유 사이트인 아이튠스와 초소형 저전력 하드디스크 기반의 휴대용 음악 재생기인 아이팟을 판매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애플의 창업자 잡스는 과거 매킨토시 컴퓨터 사업이 어려워져 쫓겨났다가 복귀하자마자 아이팟과 아이폰을 내놓아 세계를 석권했다. 반면 기존 MP3 기기 제조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하거나 명맥만 유지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도 핵심 기술을 가진 벤처 기업과 공정하게 협력하여 세계 시장을 공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근래에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 발달로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음악을 스마트폰에 내려받고 저장할 필요 없이 달리는 차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음악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여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유명했던 음반사들은 사라지고 신개념 음악 서비스 사이트들로부터 인터넷·모바일 기기로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음악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는 설 자리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MP3가 처음 나왔을 때 음악 용량은 64MB에 불과했다. CD수준의 음악은 용량이 너무 커서 음질을 낮추어 다양한 방식으로 압축하여 저장하였다. 그러다가 근래에는 플래시메모리 용량이 수십~수백 기가바이트로 커지면서 CD 수준(소리 크기를 16bit의 디지털 데이터로 변화하고 초당 4만4100회 전송)뿐 아니라 이를 훨씬 넘어서는 초고음질 음악 파일도 저장·재생하게 되었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최고급 알고리듬을 구현한 칩과 신호처리 회로를 고급화하여 수백만 원이나 하는 초고음질 휴대용 재생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우리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으나 시장은 크지 않다.
그런데 이제 5세대 이동통신이 보급되면서 온라인 음악 시장이 또다시 변혁되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의 초당 100Mb보다 10Gb로 이론상 최대 100배 빨라진다. 이렇게 되면 초고음질 음악 및 영상 파일도 자유롭게 스트리밍할 수 있다. 더구나 원격에서 마치 한자리에 있는 것처럼 같이 보고 듣고 연주할 수 있게 된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협연하고 합창할 수도 있게 된다. 콘서트에 가지 않고도 함께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다. 노래방이나 콘서트의 개념도 바뀔 것이다. 실내골프처럼 음악도 가상환경에서 즐기게 될 것이다. 온라인을 넘어 시공간 제약 없이 함께 즐기는 ‘가상’ 음악 세상이 열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음악을 마음대로 듣고 교감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완전한 음악 자유’의 꿈이 실현될 것이다.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