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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 빈티지가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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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7-01 19:39:2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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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는 포도를 수확 한 해를 말한다. 대개 더운 해에는 진하고 과일 풍미가 가득한 와인, 추운 해에는 거칠거나 가볍지만 우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안정된 날씨, 기후 변화가 적은 지역에서는 일정한 품질의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 반면 서리나 우박, 짧고 서늘한 여름, 수확기에 내리는 비 등 포도가 제대로 익지 못하는 위험이 있는 지역은 해마다 와인 품질이 달라질 수 있어 ‘빈티지’가 매우 중요하다.
예술 작품과 함께 다양한 빈티지 와인을 보관 중인 독일 라인가우의 와이너리.
해마다 와인 품질과 스타일 차이가 있지만 미국, 호주처럼 완벽한 자연조건을 갖춘 신대륙은 유럽에 비해 빈티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유럽 와인보다 복합적이고 깊은 맛은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만, 최근 우수한 기술과 풍부한 자본으로 좋은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 유럽의 샴페인이나 포트 와인의 경우, 특별히 품질이 좋은 해의 포도로 만든 와인만 생산연도를 표시해 ‘빈티지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와인 빈티지는 실망스러운 와인이 나왔을 때 소비자에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포도 작황이 나쁜 해에도 좋은 와인이 나올 수 있다. 최근 유능한 와인 양조가들이 자연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포도 작황과는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 양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밀삐아노 교수는 “나쁜 빈티지는 없다. 어려운 빈티지만 있을 뿐이다”고 했다. 포도 재배·양조 기술 발달로 불리한 자연 여건에서도 좋은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좋은 평가를 받은 빈티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 이하가 될 수도 있고 평범했던 와인이 훌륭한 와인으로 변하기도 한다. 와인은 진화하기 때문에 처음 테이스팅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흐르는 시간에 의미를 두고 기다리는 보람, 와인을 즐기는 행복이자 삶의 즐거움이다.

품질과 상관없이 수 세기 동안 필수 식료품이었던 와인이 이제는 기호식품 중 하나로 바뀌고 있다. 상술 탓에 값비싸고 유명한 와인만 좇던 피상적인 와인 문화도 자유롭고 다양하게 즐기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그 와인이 마음에 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단지 나쁜 빈티지와 좋은 빈티지로만 와인을 평가할 수 없듯, 선입견을 버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자. 시간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와인과 친숙해진 것처럼 세월이 지나면 그들 모두 나의 소중한 벗이 될 수 있다.

와인은 마음을 흔드는 매력이 있다. 마시면 마실수록 왜 그 맛이 나는지 궁금하고, 알면 알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만나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연인처럼. 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움만 누릴 수 있어도 ‘인간관계의 빈티지’는 새롭게 변할 것이다. 내 마음을 흔드는 매력적인 친구는 늘 가까이 있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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