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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칼럼] 6·25전쟁, 끝내야 한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25 19:03:1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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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6·25’가 지나간다. 어제가 70번째 맞는 6·25였다. 너무나도 긴 세월이 흘러버린 나머지 까마득한 과거사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6·25전쟁의 상처가 주는 고통이 만만치 않다.
70년의 세월 동안 전쟁 재발 방지, 평화공존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적 통일을 위해 우리 민족이 기울인 노력에 비해 한반도의 현 상황은 차라리 참담하기까지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2018년 괄목할 만한 속도를 내며 순항했다. 특히 2017년 험악했던 한반도 상황에 비추어볼 때 극적인 반전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변화였다. 남과 북의 지도자가 만난 것도 여러 차례이며, 역사적이라 할 북미정상회담도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서 세 차례나 개최되어 새로운 북미 관계가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고 남북관계에도 냉기가 덮친 가운데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에는 북측에서 남측의 탈북자단체들이 하는 전단 살포를 이유로 삼아 평화적 기운을 단번에 적대적 분위기로 바꾸어버렸다. 북측은 그들이 예고한 대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4·27 판문점선언’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또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잔인한 행동이었다. ‘9·19남북군사합의’도 파기되고 있고, 남과 북은 다시 적대적 관계로 돌아갈 참이다.

가끔 의문이 든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동서 냉전이 종식을 고하자마자 벼락같이 동서독 통일을 일궈낸 독일의 경우는 우리와 뭐가 달라서였을까. 유럽은 분열을 넘어 하나의 지역공동체로까지 나아가는 통합을 성취하였는데 동북아에는 왜 지금도 ‘신냉전’ 얘기를 하고 있을까. 평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태산과 같은 노력이 들지만, 적대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입만 뻥긋하면 충분한 한반도의 현실은 무슨 특수한 배경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배경이 6·25전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한반도에 3년여에 걸친 6·25전쟁이 없었다면 우리 민족이라고 분단을 극복하지 못했으리란 법이 있겠는가. 휴전협정으로 전쟁을 흐지부지하게 정지시켜 놓고 전쟁의 주역인 미국과 중국이 직무유기로 일관한 탓은 없었는가. 미국은 6·25전쟁 이후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고자 진심으로 나선 적이 있는가.

6·25전쟁은 남한과 북한간의 전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전쟁은 남북한을 넘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전쟁을 동북아전쟁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게 된다. 동북아 냉전의 기초를 닦은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미국과 중국만 이 전쟁을 치른 것이 아니라, 소련은 말할 것 없고 일본과 유럽 국가들도 이런저런 형태로 이 전쟁에 가담하였다.

그래서 이 전쟁이 3차 세계대전을 막았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고, 한국전쟁이 세계를 구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즉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한국전쟁에서 남한을 구한 것도 사실이지만, 바로 그 한국전쟁으로 인해 1940년대 말 세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어주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사반세기 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는 “황금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흔들림 없는 평화는 여러 가지 과제가 있지만, 일단 6·25전쟁을 어중간한 정전 상태가 아니라 종전 상태로 전환시켜야 가능해진다. 그리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데 있어 일보를 진전시키는 일이 바로 종전선언이다. 평화체제로 진입하는 입구가 종전선언이라고 보면 되고, 이는 유관국들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심 어린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정치적 탄력을 받는 데 필요한 일이다.

요즘 떠들썩한 존 볼턴 전 미국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도 나오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은 위원장의 확인도 받아냈다.

종전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에도 있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가기 전,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종전 선언을 추진하고자 하니 당신이 동의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그리고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10·4 정상선언에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를 만들어낸 바 있다.

두 대통령의 인식은 한반도에서 되돌릴 수 없는 평화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6·25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미·중 4국 정상들이 이마를 맞대고 앉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에 더해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국제사회가 지지해야 그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남과 북이 평화프로세스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유약한 평화를 깨고, 적대와 군사적 대립을 고조시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남과 북은 다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회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6·25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켜야 하며, 그 현실적 출발은 종전 선언이어야 한다.

경남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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