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낙동강의 대저대교 건설 논란을 계기로 환경영향평가의 제도적 한계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평가업체에 대한 사업 발주처의 입김이 여전하고, 평가서가 잘못 작성되어도 발주처가 아닌 업체만 처벌받는 구조여서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발주를 아예 제3자에 맡기는 비용 공탁제 도입이나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한 법 개정 등이 요구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를 줄이고자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한 지 벌써 40년이 넘는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사업의 면죄부 역할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수십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사업 추진 주체와 용역 발주 주체가 같기 때문에 대행업체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는 여전하다. 발주처가 업체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잘못된 평가서에 대한 책임은 없어 부실 환경평가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결국 발주처의 문제로 수렴된다. 발주 권한을 빼앗거나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식이다. 현재 국내엔 수백곳의 평가업체가 있다. 민간사업의 경우 환경평가 단계에서는 60~70% 가량 반대 의견이 나올 정도로 소신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발주처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업체만 선정된다면 객관적인 환경평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대규모 사업이 진통을 겪은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다. 천성산 터널과 김해신공항 때도 허술하게 작성된 영향평가가 발목을 잡았다. 낙동강은 아예 부산시와 환경단체의 단골 싸움터다.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으면 사업을 않는 게 맞고 환경에 나빠도 사업을 포기 못할 사유가 있으면 주민을 설득하면 된다. 지극히 간단한 논리 구조에 불필요한 고려가 개입되니 자꾸 분란이 생긴다. 비용 공탁제를 시행하든 평가법을 개정하든, 이번만은 확실하고 최종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계속되는 논란 때문에 치러야하는 사회적 비용도 아깝지만 이제는 지켜보기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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