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스티로폼이 바람 부는 대로 쓸려 다니며 바스라지고 있다. 대개 못 본 척하고 지나치지만 흔한 일이다. 이 합성수지 조각들은 분해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는 동안 여기저기서 상상 그 이상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 거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사흘이 멀다 하고 자연의 생명체들이 합성물질을 먹거나, 그로 인해 탈이나 사망하는 일로 시끄럽다. 그렇지만 또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러한 문명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건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이 세상은 변화가 꾸준히 일어나는데, 결코 순환하지 않으며 비가역적이다. 이게 단순화한 진화의 원리다. 자연 상태에서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질이 생겨난다. 그런데 이 새로운 물질이 탄생하기까지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듯 오랜 시간을 거쳐 마침내 이 낯선 물질이 지구상에 등장하면, 그것을 분해하는 새로운 생명체가 곧이어 나타난다. ‘곧’이라 표현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우주의 시간이어서 몇십 년이 될지 몇백 년이 될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 낯선 물질’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해소한다. 이게 자연이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합성물질은 자연 진화의 순서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 아니어서 생뚱맞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것을 분해할 분해자가 자연계에 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혼란을 초래한다. 합성물질은 대개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로 만든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4%쯤이 합성물질 생산에 사용된다.
셀룰로이드의 뒤를 이어 등장한 베이클라이트, 나일론, 비닐, 실리콘 등의 플라스틱이 오늘날의 문화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나일론은 새로운 패션 산업을 걸머졌고, 비닐로 만든 LP레코드와 카세트 테이프는 음악의 기록과 재생법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열었다.
간간, 플라스틱을 먹어 치우는 미생물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해결책처럼 등장하는데 만일 이러한 미생물이 창궐하게 된다면 분명 우리는 또 이 미생물을 통제할 방안을 만들어내느라 법석을 떨어야 할 것이다. 이 미생물이 전 세계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만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니고 쓰는 많은 물건까지 손상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통제되지 않는 자본은 늘 새로운 환호와 문젯거리를 만들어낸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물티슈를 생각해 보라. 자연계에서 분해되기 어려운 스판레이스가 우리나라에서만 하루에 얼마나 버려질까? 이걸 누가 어떻게 처리하는가? 과자 봉지는? 인터넷을 통한 주문과 배송이 활발해지면서 버려지는 아이스 팩은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나 해 봤는가? 배송 과정에 상하지 않도록 하나하나 싸 둔 과일 포장재는?
어마어마한 양이 되겠지만, 재활용할 수 없다 하여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라 할 뿐이다. 휴대전화가 소비되고, 엄청난 양의 보조배터리가 쓰고 버려지겠지만 과연 누가 어디서 얼마나 온전히 처리하는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일회성 화학용품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었지만, 재난 극복이라는 명분에 덮여 뒷전에 있다. 부산시에서 뿌린 유인물에는 재활용품인 척하는 쓰레기는 꼭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라 하는데, 사실은 재활용품 아닌 척하는 쓰레기까지 골라서 처리해야 맞다. 재활용 쓰레기의 발생량을 최소한이 되도록 억제하는 것이 최선이고 최대한 모아서 처리하는 게 차선의 대책이다.
인도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녹여 도로 포장재로 쓴다고 하는데, 이건 결코 좋은 사례가 아니다. 자동차가 밟고 다니고 태양광선에 노화되면 이 포장재는 미세하게 부서져 결국 수(水)생태계로 흘러갈 것이고 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기업에 적절한 처리 비용을 부과하고, 그 재원으로 국가 차원에서 합당한 처리를 하여야 한다. 포장재가 과다하면 원가가 비싸질 것이므로 기업에서는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또 비싸야 소비도 줄어들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문명이 자연의 섭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반드시 인간과 자본이 결탁해 있다.
전 생명그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