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수산업은 존패의 기로에 서 있다. 수산업은 국민 식량 제공, 국토 지킴이, 경제 활성화, 다양성 등 공익적 가치를 실현한다. 하지만 환경오염, 생태 파괴, 어선 시설투자에 따른 경쟁조업 확대, 중국 어선의 남획과 자원 고갈 등이 심각하다. 수산업이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그간 정부는 일제강점기부터 시행된 제도를 오늘의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자 정책개혁을 시도했으나 매번 업종 간 갈등으로 제도 개선은 없이 법만 강화됐다. 그런 법에 따라 강력한 단속만이 이뤄지고 결국 어업인의 피해가 고스란히 누적됐다.
수산정책이 수산업 발전과 어가 소득 증대에 기여한다는 근본 취지를 실현하지 못하고 여러 문제점이 생기는 만큼 본래 취지를 살리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이다.
필자는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자 풀뿌리 산업인 수산업을 위해 수산 제도 개선 방안과 방향을 말하고자 한다.
대부분 국가는 수산자원관리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어업인의 어획으로 바다 자원이 고갈되는 문제에 대응하고, 공유재인 수산자원에 일정한 규제를 가해 무분별한 남획과 그에 따른 자원의 비극적 감소를 막기 위해서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수산업법은 1951년 일본에서 제정된 ‘신어업법’의 영향을 받아 1953년 만들어졌다. 수산업 발전과 어업 민주화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수산자원 관리의 대표적인 정책인 TAC(총허용어획량)제도 등이 담긴 수산자원관리법은 2009년 제정됐다.
필자는 2015년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취임 이후 해마다 수산 종자 방류사업을 하고, 바닷모래 채취 반대 운동을 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협의이행조건제시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면서 수산자원 보호에 힘쓰고 있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어업인이 TAC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했고,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 우리 수협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조합 자체 예산으로 ‘바다 침적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을 한다. 이는 바다 살리기 캠페인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업인의 자구 노력이 있음에도 기존 수산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로 인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간 수백억 원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우리나라 연근해 어획량은 해마다 급감해 최근 100만t에도 못 미친다.
올해 역시 100만t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어려운 조업 현실 속에서 과다한 경쟁이 이루어지다 보니 과거의 묵은 정책과 오늘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는 뒤로 한 채 무분별한 남획을 일삼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산 선진국과 같이 TAC를 통해 총어획량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의 경제적인 조업 행위가 현행 제도에 저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제정된 지 60년 이상 지난 현재의 수산 관련 법과 제도의 문제점과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많은 어업인은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가면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본다. 각 지역 및 해역의 특성과 자원 상태, 사회 여건 변화 등에 맞게 개정돼야 함에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니 어선들의 경쟁력은 저하되고, 업계는 도산 위기로 몰린 것이 현실이다.
업종과 지역 간 갈등뿐만이 아니다. 지역 국회의원과 국회 내 담당 상임위가 역할을 제대로 못 해 수산정책이 표류해온 상황도 이번 제21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절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2025년까지 ‘인공지능 옵서버’를 근해 어선 2700여 척에 탑재할 계획이다. 또한, 연근해 전 해역의 어선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수산 스마트화 정책을 추진한다. 중요한 사실은 어선에 최신 장비를 탑재한다 해도, 수산 제도는 1960년대에 머물러 있어 괴리감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닌, 모든 어업이 정상화될 수산제도의 큰 변화가 꼭 필요하다. 정상화된 올바른 제도 안에서 정부의 수산 스마트화 정책을 시행하되 원칙적인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TAC 기반 어업규제완화 시범사업’과 같은 정책을 시작으로, 어업 현장의 정상적인 어로 활동이 보장될 경우, 어업인들도 지속적인 어업을 위한 장기적인 시설 재투자 등의 자구노력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수산 제도 변화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