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필자는 ‘코비드-19 신종감염병 선별진료소’ 당직이어서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긴장한 채 검사에 임했다. 초기에는 양성자와 접촉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고, 방호복을 입고 벗는 훈련을 했음에도 그 과정에서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벗는 순서도를 확인하면서 하나하나 정성을 다했다.
레벨D 방호복은 이중 덧신, 이중 장갑, 전신 보호복, N95 마스크, 고글, 앞치마 등 단계별로 순서에 맞춰 입어야 한다. 벗을 때도 하나 벗을 때마다 일일이 알코올로 닦으며 순서에 맞게 해야 한다. 익숙지 않으면 벗는 데만 20분 넘게 걸린다. 벗는 과정에서 행여 방호복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맨손이나 민얼굴에 묻어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로 샤워도 해야 한다.
가장 큰 고충은 찜통 진료소와 무겁고 무더운 방호복이었다. 햇빛을 받아 따끈하게 데워진 진료소 안에서 레벨 D 방호복을 입으니 숨이 턱턱 막혔다. 일반 KF94마스크보다 필터링이 강화된 N95 마스크를 쓰니 숨 쉬는 것이 고역이었다. 신종감염병이 걷잡을수 없이 지속되는 동안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운 날이 더 많을 것으로 예보했는데, 더위에 바이러스는 안 죽고 사람이 먼저 죽게 생겼다고 여기저기 곡소리가 나온다. 몸소 체험한 필자는 인천에서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던 간호사 3명이 더위에 탈진해 쓰러졌다는 기사를 보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공감했다. 부산의료원은 다행히 6월부터 워킹스루 선별진료소가 도입돼 적절한 온도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검사받는 분에게도 더 나은 환경이다. 워킹스루 진료소를 개발한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대한병원협회도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는 의료진에게 레벨D 방호복 대신 전신 가운 착용을 권고했다. 최근 무더위로 체력 부담이 큰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근무하는 의료진의 어려움이 가중돼, WHO(세계보건기구)의 의견에 따라 일회용 수술 가운과 페이스 쉴드, N95마스크, 장갑 등 4종 세트를 착용하고 근무할 것을 권장했다.
폭염만 문제가 아니다. 장마철엔 방호복이 제 기능을 못 할까 하는 우려도 있다. 방호복은 물에 닿으면 마스크처럼 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결국엔 온도·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선별진료소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처음인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초기 대응의 수정·개선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더구나 한두 달 안에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장기전에서 지금처럼 임시 가건물에서 진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장마철 걱정을 했는데 벌써 장마철에 접어들었고, 최근 기상 변화는 더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당장 에어컨과 제습기라도 설치하는 등 방호복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 협조도 당연히 필요하다. 선별진료소를 지키는 간호사들께 “검사하러 오는 분들께 부탁할 게 있냐”고 물어보았다. 일단 마스크를 잘 쓰시라는 것. 덥다 보니 반쯤 내리거나 턱에 걸치는 건 곤란하다. 선별진료소마다 다르지만, 대개 검체 채취와 병원 자체 진료가 동시에 될 수도 있으니 대기 시간 지연에 대해 협조도 부탁드린다. 아무래도 오전에 검사하러 많이 오시기에 한꺼번에 몰리면 또한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아이들은 전 학년이 등교하게 됐다. 선별진료소도 바빠졌다. 의심 증상이 약간 있거나 설사·배앓이만 해도 학교에서는 일단 검사해 음성이어야 등교할 수 있다고 상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무래도 아침 일찍 검사하면 그날 저녁에는 결과를 알 수 있으니 오전 중 검사하는 것이 좋다. 출국이나 기숙사 입주 등을 위해 ‘음성’이라는 확인서·진단서를 받기 위해 검사하러 오는 분도 많다. 이런 분은 비용이 자가 부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서류 발급을 위해 한 번 더 방문해야 하며 꼭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감염 예방과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대원칙 아래 선별진료소 환경이 개선되고 시민도 적극 협조해주셔서 이 더위와 장마를 이겨나가면 좋겠다.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