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최근까지도 만물의 영장인 인류가 하늘 아래 모든 생물을 다스릴 수 있고, 자연환경을 계획대로 가공해 삶을 훨씬 윤택하게 만들어 갈 지구의 주인공이라는 견해에 의심을 두지 않았다. 비록 지구환경 악화나 인공지능의 배신 같은 부정적 관점이 있다 할지라도, 빠르게 발달하는 과학의 힘은 그 모든 난관 또한 극복해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전혀 예기치 않던 질병의 전파와 사회 마비 현상을 보고 새삼 우리가 구축한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됐다.
수산업 분야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류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수산업 활동에는 직격탄을 날렸다. 즉, 외식 자제가 수산물 소비 감소와 가격 하락, 수산물 생산활동 위축과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생산자-소비자-판매자’ 사이 공급망의 어떤 부분에서 발생하는 감염으로 전체 공급망의 기능이 한시적으로 상실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우리 사고의 틀이 재편되는 현상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수산물 판매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구매 방법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한다. 이에 정부 당국이나 수산업종 관계자도 디지털 판매 체제로 전환하거나, 간편식 위주 수산물 소비패턴을 유도하며 위기 탈출 방법을 찾는 중이다.
코로나19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식량 수입국이 곤경에 빠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각국의 항만 봉쇄, 이동 제한 조치 등으로 물류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수산품은 국제 교역품 중 물동량 증가율이 매우 높은 편으로 2017년에는 전 세계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38%가 국제교역 형태로 거래됐는데, 물량으로 따지면 6000만 t이 넘고 금액으로는 150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막대한 양이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운송·통관에 종사하는 이들의 감염으로 절차가 지연되고, 바이어의 출장이 원천적으로 제한돼 수산물 무역의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취하는 대처방안을 신속히 수집·분석해, 우리에게 맞는 진로 방침을 찾아야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수산물과 코로나19(COVID-19) 보고서 두 편을 펴냈다. 지난 4월 나온 정책요약집 ‘COVID-19가 어업 및 양식 식품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5월 20일 출간된 ‘어업과 양식업에 대한 COVID-19의 영향: 지역수산관리기구의 관점에서 본 전 지구적 평가’이다.
첫 번째 보고서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수산물의 ‘생산자-구매자-판매자’ 유통 경로의 각 단계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함이 강조됐다. 수산업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수산물 소비가 원활해지기 위한 방안이 제시됐는데, 어획어업 생산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 조치, 양식 생산과 양식업을 유지시킬 방법 모색, 시장이 정상으로 작동할 여건 마련, 취약한 수산업종 노동자를 질병이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보호할 방안 등이 주요 이슈였다. 두 번째 보고서는 바이러스 창궐에 대한 각 지역 수산기구의 반응을 수집해, 전 지구적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평가했다. 결과 중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많은 수산기구는 COVID-19 창궐이 과학 활동을 위축시켜 어획어업 관리에 부정적 결과를 유발하고, 어업감시 기능을 약화시켜 감시자 동승 프로그램 운용을 어렵게 하거나 중단시켜 IUU(불법비보호비규제어업)와 같은 불법 어업과의 싸움에서 불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염병 탓에 어업이 위축되는 경우가 생겨도 이는 역으로 생태계에서는 남획된 어류 자원이 회복될 기회가 되고, 수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 생태계 악화를 한시적으로나마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수산자원을 평가하는 과학적 조사활동과 불법어업 감시 기능까지 약화된다면, 이는 오히려 지속가능한 어업으로의 전환을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는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세계로 떠밀려가고 있다. 부산은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 중심지이다. 산업계, 연구소, 대학교 그리고 부산시는 연합하여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산업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부경대 명예교수·북태평양소하성어류위원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