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스포츠가치 3.0 실천시대다’라는(국제신문 2018년 12월 27일 자 25면 게재)를 시작으로 스포츠가치 실천이란 키워드를 갖고 4회에 걸쳐 기고한 적이 있다. 도토리 키재기 같은 주제로 계속 글을 쓰면 기시(피로)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또 스포츠가치 관련 주제를 꺼내 들었다.
이번 글에선 필자의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언어 면허소지자’인 기자들이 20년간(2000년 1월∼2019년 12월) 스포츠가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사용해 왔는지 살포시 들춰 보았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2016년부터 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bigkinds)를 활용해 전국지(K신문, M일보, S신문 등)에 보도된 스포츠가치 관련 기사 내용을 다섯 갈래로 나눠 분석해 보았다.
먼저, 스포츠가치를 설명하는 핵심 단어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미디어가 말하는 스포츠가치는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매너, 존중, 공정, 희생, 헌신, 순수, 매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나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 한다. 미디어가 스포츠가치를 표현할 때 결국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가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라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둘째, 스포츠가치를 누가 실천할 것인가? 핵심 대상은 선수, 감독, 심판, 코치, 구단, 관중 등 스포츠를 생산하고 즐기는 모두라고 지적한다. 과거 페어플레이, 스포츠맨십 등과 같은 스포츠가치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 감독, 심판들만 지켜야 하는 ‘그들만의 가치’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미디어는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구단과 스포츠를 즐기는 관중도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한다.
셋째, 스포츠가치 실천에 어느 종목이 앞장서서 ‘총대’를 메야 하는가? 예상대로 축구, 야구, 농구, 골프와 같은 프로 스포츠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다시피 프로 스포츠와 아마추어 스포츠는 결이 상당히 다르다. 아마추어 스포츠는 물질적 보상보다는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고, 프로 스포츠는 물질적 보상에 민감하며 얽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승리=물질적 보상’이라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다 보면 스포츠가치를 훼손하는 승부 조작이나 폭력과 같은 일탈이 일어남은 물론 스포츠맨십이 실종될 수 있다. 아무리 프로 스포츠가 물질적 보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지만, 국민의 아낌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만큼 그에 걸맞은 몸짓과 태도를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다. 이를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넷째, 스포츠가치를 어디에서 가르칠 것인가? 학교에서 체육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학교는 초등학생부터 예비 사회인인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스포츠가치를 실천하도록 교육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이들은 체육과 스포츠를 통해 배려와 공정성을 배우지 않고 사회에서 그것을 배우며, 또 체육을 통해 아이들의 인성과 사회성이 발달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류다’고 주장하는 체육학자도 더러 있다. 필자는 체육은 스포츠가치를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는 중요한 교과라는 사실에 대해 털끝만큼도 의심이 없다.
다섯째, 페어플레이, 스포츠맨십과 같은 스포츠가치와 승리, 우승, 메달이 공존할 수 있는가?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상대를 제압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미디어도 승리, 우승, 메달 앞에선 마음이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겉으론 페어플레이, 스포츠맨십을 준수하라고 외치지만 속내는 승리, 우승, 메달에 집착하는 이중적인 태도 말이다. 미디어도 ‘승리’ ‘우승’ 앞에선 인간의 평균적인 면모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아이한테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 달라고 쓰다듬지만, 진짜 건강하고 밝기만 하면 마음속에 뿔이 싹 올라오는 심정과 같은 게 아닐까.
K-방역으로 세계인에게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준 것처럼, 미디어가 K-스포츠가치 실천 모델을 제시하여 한국 스포츠의 위상과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깃발 들고 끌어주길 당부한다. 영향력이 큰 다양한 미디어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관된 메시지를 던져주고, 사회로 그 메시지가 확산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맛깔 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동서대 체육학과 교수